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아키비스트의 눈] 5년 만의 외출 - 공공기록관리혁신추진팀에 부쳐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2018. 4. 30. 17:00

회원이 만들어가는 칼럼 '아키비스트의 눈' 입니다.


'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18-02)은 '문찬일' 선생께서 보내주신 [5년 만의 외출 – 공공기록관리혁신추진팀에 부쳐] 입니다. 5년만의 국가기록원 방문과 공공기록관리 혁신추진팀에 참여한 과정에 대한 소회(?)를 남겨주셨습니다. 


* '아키비스트의 눈'은 기록관리와 관련된 우리의 생각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투고를 원하시는 회원님들께서는 karma@archivists.or.kr로 메일 주시거나 아래 바로가기(구글 DOCS)를 이용하셔서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실명이 아닌 필명(예명)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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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의 공식의견과 무관함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18-02) 

 

 

5년 만의 외출 공공기록관리혁신추진팀에 부쳐

 

문찬일

 

5년 만의 외출이다. 현 직장으로 옮기고 나서 타의 반, 자의 반 국가기록원 행사에 가지 않았다. 자의로 가지 않았던 이유는 기존의 국가기록원 행사가 거의 일방적인 전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711, 약주는 못하시면서 밤새워 동료들과 소통하시던 분이 첫 민간 국가기록원장이 되셨다. 현 시점에서 그 분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공공기록관리 혁신일 것이다. 나는 그 임무에 함께 하고 싶어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이하, 협회)의 추천을 받아 국가기록원이 구성한 공공기록관리혁신추진팀(이하, 혁신팀)’에 참여하기로 했다.

2018425일 화요일, ‘대전기록관(대전광역시 기록관이 아니다. 국가기록원이다.)’에서 진행된 1. 기록관리 프로세스 재설계1-2 기록평가정책 수립 및 도구 재설계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가기록원의 혁신TF’ 결과 보고와 현황 및 문제점 발제, 그리고 학계와 현장 전문가 20여 명의 자유토론이 있었다. 이 글은 이 날의 간담회를 평한다기보다는 혁신팀에 대한 소회를 정리한 글임을 미리 밝혀둔다.

 

총론은 없고 각개전투만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들은 유효한 내용들이 많았다. BRM과 단위과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보존기간은 몇 종으로 할 것인지, RMS 평가기능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데이터세트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간 학회나 협회, 기록인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이나 자료들에 언급된 내용도 있었고, 흥미롭고 새로운 의견들도 많았다. 또한 그러한 의견들을 회피하려는 모습이 아닌 수렴하고 경청하는 국가기록원 담당자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러나 논의과정에서 다른 세부과제와의 연계가 필요한 의견들이 제출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들이 공공업무의 철저한 기록화를 위한 적절한 평가정책과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기존 기록관의 업무프로세스와 질적으로 무엇이 다를까? 기록관이 중요한 공공업무를 선별하고 기록의 생산을 통제할 수 있을까? 결국 전문요원이 외로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똑같은 것 아닌가? 철학은 없고 실무만 남으니 무엇인가 핵심은 빠지고 겉돈다는 생각만 맴돌았다.

핵심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결국 공공업무의 철저한 기록화를 위한 현용·준현용 기록관리 프로세스의 전반적인 질적 변화에 대한 논의가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록관이 공공업무의 철저한 기록화를 하지 못하는 문제점은 무엇이고, 기록관의 위상과 역할, 업무는 무엇이어야 하며, 그 제도적 근거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그 논의부터 필요했다. ‘세부과제에 대한 백화점식 의견 제출이 아닌 대과제에 대한 치열하고 심층적인 토론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혁신팀은 그렇게 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혁신팀인 듯, 혁신팀 아닌, 혁신팀 같은

223() 국가기록원 워크숍 참석 요청 문자, 416() 간담회 참석 요청 전화, 418() 간담회 공문. ‘혁신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약 2개월 간 국가기록원에서 연락 온 횟수다. 그 어떠한 계획서나 자료도 사전에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어떤 분이 혁신팀에 소속되어 있는지 모른다. 혁신팀이 어떤 기준으로 구성되었는지도 모르며, 다른 세부과제들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모르겠으며, 또한 나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혁신팀에 소속은 되어 있기는 한 것인가 그것조차도 의문이다. 심각하게는 국가기록원이 2개월 전 협회에 제안했던 혁신팀 역할을 국가기록원 스스로 그 역할을 축소시킨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비단 나만이 갖는 의구심은 아닌 것으로 안다. 협회에서 추천한 분들 중 상당수 또한 비슷한 의문을 품고 있다. 또 혁신팀 뿐만 아니라 자문위원 중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국가기록원은 추진팀 뿐만 아니라 추진단의 운영에 대해 적극적인 설명을 할 책임이 있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없는 기록관리 문제들이 발생해왔다. 그렇기에 2018년 공공기록관리혁신 추진과제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지고 있다. 이는 국가기록원 뿐만 아니라 학계, 현장도 함께 짊어져야 할 무거울 짐이다. 따라서 공공기록관리혁신 추진과제의 산출물들은 기록공동체가 모두가 동의할 수는 없어도 상당수가 수긍할 수 있는 결과물이어야 한다. 그 결과물들로 우리는 혁신의 대장정에 다시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했듯이 현 시점에서 국가기록원이 혁신팀의 운영이나 내용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그러한 결과물들이 제대로 도출될 수 있을지 매우 걱정된다. 혁신팀인 듯, 혁신팀 아닌, 혁신팀 같은 나의 좁디 좁은 시각에서는 큰 그림을 그릴 국가기록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는 듯 보였다. 만약 그러한 컨트롤타워가 국가기록원에 있다면 누구인지, 또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상세히 공유해주고, 혁신팀의 치열하고 심층적인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국민에게 당차게 내놓아야 할 공공기록관리 혁신과제 결과물이 우리 기록공동체의 갈등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