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기록관리계 소식

[활동기고] 봉사 아닌 성장의 길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2014. 7. 24. 18:08

봉사 아닌 성장의 길

 김수언

전문요원 자격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 하였지만 나는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시험에 대한 합격 여부보다는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고,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중에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의 일원이 되었다. 내 꿈 중 하나가 죽기 전에 자원봉사를 해 보는 것이어서인지 나는 자연스레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 일을 하고 싶어졌고, 왠지 자원 봉사 이상의 의미를 내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평소엔 신문도 잘 읽지 않고 뉴스라면 귀를 먼저 닫아버리곤 하던 나는 어쩌면 이런 일을 맡아 할 자격도 없을 것이다. 쭈뼛거리며 낯가림이 심한 내가 서울의 봉사단 단장 두 분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새로운 봉사단원을 안내해야 할 때에는 부담감 이상의 열정과 책임감이 나를 끌어 당겼다. 결과는? 나는 그 사이 바람과 확신 그 이상의 것을 얻어내었다. 어딘가 모르게 부쩍 성장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휴가를 활용해서 봉사하러 온 사람들, 배우고자 하는 마음 이상으로 누군가를 최선을 다해 돕는 모습, 유학간지 2년 만에 고국 땅을 밟게 되자마자 뛰어온 그녀, 어머니께서 입원해 계신 날도 감추며 자원봉사를 오겠다고 전화해온 평범한 시민이라 말하던 그분... 감동 속에서 함께 땀을 나누는 즐거움을 비로소 광장 한 켠에서 얻을 수 있었다.

세월호 사고를 당한 것은 희생자나 유족만이 아닐 것이다. 아픔을 서로 보듬고 싶다면 뛰는 가슴을 따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오시라고 권하고 싶다. 자기 마음과 대화를 나눌 시간도, 꿈을 향해 있는 힘껏 팔을 뻗어보는 용기도 기꺼이 내보시라 권하고 싶다. 아주 소소한 일들에 불과하지만 땀과 먼지로 뒤범벅된 얼굴이 부끄럽지 않은 당신의 자리가 여기 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