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아키비스트의 눈]정부산하 공공기관은 정말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이 필요한 것일까?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2017. 1. 5. 14:59

회원이 만들어가는 칼럼 '아키비스트의 눈'의 2017년 첫 기고 입니다.

이번 아키비스트의 눈은 '정상명'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정부산하 공공기관은 정말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이 필요한 것일까?]입니다. 지난 2015년 정부입법으로 추진되었던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관련 기록관리법 개정(안)이 이번에는 의원입법으로 다시 추진되는 듯 합니다. 

긴 글이지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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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산하 공공기관은 정말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이 필요한 것일까.pdf


박찬우의원대표발의 개정안.hwp




정부산하 공공기관은 정말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이 필요한 것일까?

 

경기도안양과천교육지원청 정상명

 

 2017년 정유년 새해가 채 밝기 이틀 전인 20161230. 이미 19대 국회 회기 종료와 더불어 폐기가 된 줄 알았던, 2015년도 하반기에 국가기록원이 주도하며 정부입법(의안번호 2001890)으로 제출되었던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도입을 위한 공공기록물법 개정안(19조의2 신설)이 이번에는 새누리당 박찬우의원 외 11인이 발의하는 의원입법(의안번호 2004869)으로 방식만 달리한 채 다시금 국회에 상정이 되었다.

 역시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래도 뭐가 좀 달라지긴 했을까. 하고 새롭게 올라온 개정안 전문을 살펴보니 놀랍게도 2015년도 국가기록원의 안과 99.9%가 동일하다. 다른 부분은 신설되는 제19조의2의 제4항에 몇 마디가 더 붙어있는 정도다. 이건 아마도 지난 2016년에 국가기록원이 정부산하 공공기관 담당자들과 거의 매월 모여 협의했던 내용이 추가된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면 Ctrl+C, Ctrl+V를 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표절과 다름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5년 개정안 초안을 기획했던 국가기록원과 이번에 동일한 내용으로 대표발의를 한 새누리당 박찬우의원 사이에는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었을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정일뿐더러 이건 지금 논의에서 중요한 사항은 아니다.

 하여튼 이 식상한 개정안을 접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15년 국가기록원이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밀어 붙일 때, 한국기록학회와 한국기록관리학회는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하였으며, 한국기록전문가협회에서도 반대를 표명한 사안이었다. 당시 의견조회 대상이었던 1천여 개의 기관 중 극소수이긴 하지만 8개 기관에서도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여담이지만, 이 때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기관의 수가 보잘 것 없었던 모양인지 국가기록원측에서는 이 개정안을 두고 99%가 찬성하고 1%가 반대하는 법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이 개정안과 관련하여 한국기록학회가 주관하는 월례발표회에서도 여러 가지 쟁점사항에 논의를 하였으며, ‘기록학 연구 제47를 통해 여러 편의 관련 논문까지도 발표가 되어 있는 상태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기록학 연구 제47호에 실린 논문들을 꼭 한 번 일독하시길 권해드린다.

 참으로 끈질기다. 정말 정부산하 공공기관에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이 필요한 것일까. 이 개정안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 다시 한 번 몇 가지 쟁점사항을 간단하게 논의해보고자 한다.

 먼저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2015년의 국가기록원 개정안이나 이번 새누리당 박찬우의원 외 11인의 개정안이나 핵심적인 사항은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이다. 현행 공공기록물법에는 없는 새로운 용어다. 용어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듯이 정부산하 공공기관에서 내부적으로 생산·관리해야 하는 전자기록물을 말 그대로 외부에서도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을 의미한다.

 개정안이 제출되었던 2015년이나 지금이나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을 그나마 찾아보자면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거래법)에 따라 민간영역의 전자문서 보관 등을 담당하고 있는공인전자문서센터가 유일한 상태이다. 개정안은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의 역할을 전자기록물의 보존 기능으로 제한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이는 공교롭게도 전자거래법에 따른 공인전자문서센터의 핵심적인 역할과 겹친다. 따라서 국가기록원이 어떠한 용어를 창조해낸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곳은 공인전자문서센터밖에는 없다. 국가기록원이 인정하든 아니든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공인전자문서센터는 2005년 전자거래기본법에 의해 처음 등장하였다. 도입배경은 글로벌 무역환경의 전자화와 전자문서의 증가와 종이문서의 한계, 기업의 전자문서 활용에 대한 신뢰성 제공, e-비즈니스의 고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이었다.

 이러한 배경 탓인지 공인전자문서센터는 도입 시기부터 관련 업계 등에서 굉장히 호의적인 전망들을 쏟아냈다. 당시 관련 논문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큰 폭의 비용 절감과 직접적 경제 편익을 예상했는데 수치만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손해보험업계에서 연간 900~1,300억 원의 비용 절감, 금융권은 이의 10배에 해당하는 9,000~13,000억 원의 비용절감을 예측했으며, 산업계 전체로는 연간 약 5조원의 비용절감과 업무의 효율성 및 생산성 향상, 경쟁력 제고 등 업무 프로세스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았다. 또한 이 제도의 도입으로 얻게 되는 직접적 경제적 편익은 2012년 기준으로 무려 66,000억 원으로 추정을 하였으며 2012년 안정화 이후 종이가 없는 업무환경이 정착되는 명실상부한 전자무역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공인전자문서센터가 설치·운영되기 시작했음에도 금융권을 포함한 산업계의 이용률은 당초 전망과는 큰 폭의 차이를 보였으며, 2010년 당시에는 그나마 8개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나 2017년 현재 그 절반인 4개 업체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의 결과만 놓고 보면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대한 관련 업계의 예측은 말 그대로 희망사항에 불과했던 것이다. 물론 여러 가지 관련 법·제도나 인식이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볼 때, 당초에 예상했던 기대치에 비하면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게다가 8개 업체가 운영되던 2010년 기준으로 도합 48개의 민간기관에 대한 전자문서를 관리하는데 그쳤는데, 이제 그 절반인 4개의 공인전자문서센터 모두가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로 인증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600여개에 달하는 정부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자기록물의 대한 보존 및 서비스 제공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전자기록물 관리에 대한 기술적, 질적 수준은 차치하고라도 산술적, 양적으로만 따져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공인전자문서센터의 성격도 문제다. 공인전자문서센터는 기본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업체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즉 정부의 인증을 받아 운영하는 것이다. 공익적 목적을 위해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이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자문서의 보관과 증명서비스 등을 통한 수익창출이다. 그렇다면 수익을 내지 못하는 업체는 언제든지 양도, 합병, 또는 휴업이나 폐업 등을 하는 돌발 상황도 심심찮게 발생하게 될 것이다.

 전자거래법의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양도·양수 시에는 60일 전에 이용자에게 통지하게 되어 있고, 양수한 곳이 지위를 승계하도록 되어 있다. 폐기의 경우에도 60일 전에 이용자에게 통지하고 미래창조과학부에 신고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다른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보유 중인 전자기록물을 이관하여야 하며, 인계할 수 없는 경우에는 역시 미래창조과학부에 신고하게 되어 있다.

 국가기록원 역시 전자거래법의 규정과 유사한 의견을 제시했다. 폐업 등의 발생에 대비하여 타 시설로 인계하는 절차를 하위법령 또는 지침에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이나 지침만 가지고 과연 안정적으로 통제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업체 수가 고작 4개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연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할 수 있을까? 하나의 업체가 여러 공공기관과 거래할 경우에는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이는 이미 2015년 개정안 의견조회 당시 반대사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업체의 부당한 내부 행위 등으로 인해 보존 중인 전자문서와 정보를 유출과 같은 문제도 그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중차대한 사안이다. 외부에서 해킹을 당했을 경우에는 또 누가 책임질 것인가. 생산자와 보관자가 다른 이 같은 상황에서 각종 사안에 대한 책임 소재 논란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정부산하 공공기관과 사용자, 나아가 국민이 받게 되는 유·무형의 피해는 과연 누가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미래창조과학부 내부에서도 공인전자문서 업무 비중은 이미 공인전자문서센터에서 공인전자주소제도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인전자문서센터가 국가기록원이 주장하는 대로 유형별로 천차만별인 정부산하 공공기관의 다양하고 방대한 전자기록물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또 그에 대한 검증이 된 건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를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외의 대안은 정말 없는 것일까? 공공기록물법 제13조와 시행령 제10조를 보면 정부산하 공공기관도 기록관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여야 하는 대상이다. 그럼에도 국가기록원은 이상하게도 2015년 이후 정부산하 공공기관에 대해서만 유독 다른 시각을 거리낌 없이 표출하고 있다. 정부산하 공공기관은 기관 간 성격이 상이하고, 자체적으로 기록물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어 기관 간 편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관 간 편차라고 한다면, 중앙부처나 특별행정기관 및 지자체도 예외가 아니다. 중앙부처와 특행기관도 소관 업무 성격에 따라 판이할 수밖에 없으며, 같은 지역 내 지자체의 경우도 소속 기관의 조직 규모와 예산, 소속 기관장 등 간부들의 관심,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의 채용 시기와 업무 담당자의 역량과 경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일정 수준의 편차는 당연히 존재한다.

 설마 중앙부처나 지자체는 온-나라시스템 등의 업무관리시스템과 기록관리시스템이 이미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기록물관리 업무 수준이 동일하지 않느냐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그건 업무 환경이 동일한 것이지, 업무 수준이 동일한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처럼 기록물관리 업무에 있어서의 기관 편차는 정부산하 공공기관만의 문제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기관 간의 다양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기록물 관리의 수준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이게 가능하다면 국가기록원은 더 이상 중앙부처와 특별행정기관 그리고 교육청을 대상으로 기관평가를 할 필요가 없고, 정부합동평가를 통한 지자체 평가도 할 필요가 없다. 모든 기관이 동일한 등급을 받게 될 테니까 말이다.

 국가기록원이 정말 정부산하 공공기관의 기록관리 수준을 상향평준화 하고 싶었다면 중앙부처 또는 지자체 수준으로 현행 공공기록물법의 조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수행했어야 했다. , 정부산하 공공기관 역시 현행 법률 규정에 맞게 제대로 기록관을 설치·운영하는지, 또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을 채용하는지, 기록관리시스템을 도입하는지 등에 대해 기관평가를 실시하고, 또 각 기관 소관 중앙부처와 협의를 통해 관리·감독을 지속적으로 실시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에 이르러 절대 다수의 정부산하 공공기관이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을 활용해야 할 수준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을까.

 기록관리시스템 보급의 어려움에 대한 국가기록원의 주장 역시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으로 반박할 수 있다. 시행령 제4조 제3항이 그것이다. 이 규정에 따라 정부산하 공공기관 역시 국가기록원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록관리시스템(또는 영구기록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설령 기타 공공기관이 다양한 업무 성격과 그 유형에 의해 현재 중앙부처 및 지자체에서 활용하고 있는 표준기록관리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국가기록원은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아닌, 기타 공공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기록관리시스템에 대한 기준을 개발하고 제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수 년 간 국가기록원이 이에 관련하여 할 수 있는 노력을 제대로 하기는 했는지 묻고 싶다.

 그럼에도 이러한 법령상의 의무들은 모두 포기하거나 외면하면서, 국가기록원은 그저정부산하 공공기관의 전자기록관리에 대해 통제할 수 없다, 강요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산하 공공기관 간 기록물관리 편차가 심하다느니, 기관별 업무 유형이 다양해서 기록관리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렵다느니 등의 전형적으로 기록물관리에 무지한 기관에서 할 법한 소리만 내뱉으며 기관과 업체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 마치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법률을 개정해야만 그 수준이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학계의 연구자나 현장의 기록관리 종사자가 몇이나 될지 정말 궁금하다. 정부산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기록물관리전문요원들도 그 주장에 동의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세 번째 문제는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에서의 비전자 원본 폐기 여부다. 사실 어쩌면 이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일 수 있다. 물론 법령의 해석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필자가 해석하는 건 이렇다.

 우선 전자문서법 규정에 따라 공인전자문서센터에서의 전자화문서 관리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전자문서법 규정에 따른 고시인 전자화문서의 작성절차 및 방법에 관한 규정53조를 보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 공인전자문서센터에서의 전자화문서 과정이 끝난 원본은 폐기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공공기록물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면 공공기관의 전자기록물에 대한 폐기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공공기록물법의 시행령 또한 별도의 절차 없이 원본에 대한 폐기가 진행되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개정되어 있는 상태이다. 지난 20153월에 조용히 개정된 시행령이 두 가지가 있다. 시행령 제29조 제2항과 시행령 제43조 제3항이 그것인데, 이 시행령의 개정도 공인전자문서센터와 관련된 업계의 거센 요구에 떠밀려 기록물 관리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개정이 된 결과물이다.

 먼저 시행령 제29조 제2항을 보면 기존의 보존기간 준영구 이상에만 적용하던 매체수록이 보존기간에 관계없이 확대 적용되었으며, 특히 보존기간 10년 이하의 기록물도 전자매체에 수록할 수 있게끔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 조항만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 조항이 하단에 있는 시행령 제43조 제3, 즉 개정된 폐기 조항과 맞물리게 되면 예외적인 폐기 절차가 발동할 수 있게 된다. 보존기간이 10년 이하에 해당하는 원본이 매체수록을 완료했을 경우 원본은 폐기가 가능하며, 이 때 3단계 절차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3단계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제43조 제1항은 분명히 ‘~처리하여 한다.’로 끝나지만 제43조 제3항의 첫 문장은 ‘~ 폐기할 수 있다.’로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43조 제1항은 강행규정으로 의무조항이다. 법적 의무가 부여된 조항인 반면에 제43조 제3항은 임의규정으로 선택조항이다. 해도 되지만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규정 자체가 임의규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존기간 10년 이하의 경우 매체변환을 할 경우에 비전자 원본은 의견조회-심사-심의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폐기해도 시행령 조문 상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미래창조과학부 고시인전자화문서의 작성절차 및 방법에 관한 규정53조의 전자화문서로 전환된 원본 기록물의 폐기 조항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결국 스캐닝 등의 전자화문서로의 전환이 끝난 원본은 앞선 법령들이 서로 결합하면서 공인전자문서센터에서도 폐기 집행이 가능하게 되며, 이는 곧 기록물의 폐기가 기록관의 통제를 벗어나게 됨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크게 두 가지의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한다.

먼저 공공기록물법의 근간을 흔들게 되는 것이다. 1999년 공공기록물법이 제정된 목적은 무엇보다도 공공영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기록물의 안전한 보존과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였다. 이는 역설적으로 법률 도입 이전까지는 기록물이 체계적으로 보존이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그만큼 기록물이 무분별하게 관리되고 또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폐기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공공기록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 가지 항목 중에서도 기록물의 평가와 폐기는 가장 핵심적인 영역이며, 이를 위해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대학원 과정으로 설치되고, 또 기관 배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기록물관리전문요원 제도와도 연결되는 것이다. 물론 혹자는 이 전문요원 제도 자체가 특혜고 진입장벽이며 불공정하다고 주장하지만, 이건 결국 법률의 제정 배경과 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까 나오는 발언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 공공기록물법이 제정된 지 십 수 년이 지나는 현재에 이르러 기록물의 평가와 폐기에 있어 기록관과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의 통제를 벗어난 원본 폐기의 집행이 이론 상 가능해졌다. 그것도 원본을 단지 전자화문서로 변환하고 또 매체수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이는 공공기록물법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기록물의 안전한 보존과도 맞지 않는 규정으로 법률에서 위임하는 범위를 벗어난 위법적인 시행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위 시행령 규정은 이번 개정안과 별도로 빠른 시일 내에 법률의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문구 등이 필히 수정되어야 한다.

 또한 비전자 원본과 전자화문서에 대한 법적 증거력 등은 법조계 등에서도 갑론을박하는 사안이며 논의할 사항이 적지 않지만, 분량 상 이번 글에서는 생략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2015년 국가기록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검토했던 국회 입법조사관의 보고서에 있는 비용 부분을 간단하게 언급하고 마무리 하고자 한다. 이 보고서를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비용을 제시하고 있는데, 서고에 57천권을 10년간 보존할 때 관리 비용이 65억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미있는 건 이 대상은 보존기간 10년 이하의 기록물이다.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 이용 대상은 보존기간 1, 3, 5, 10년이며 30년 이상은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지난 개정안 때 논의가 된 바 있다.

 그렇다면 정부산하 공공기관이 영구기록물관리기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고가의 탈산장비, 복원장비 등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10년간 보존기간 10년 이하의 기록물 57천권에 대해 65억을 쓰기에는 비현실적이다. 필자가 지자체에서 41개월을 근무하는 동안 보존기간 30년 이상만 3만 여권의 기록물을 관리하는데 들었던 비용이 DB구축사업, 고속 스캐너, 도면 스캐너, 항온항습기 도입 등을 포함해 7억 원 가량이었다. 그나마 3년간 DB구축사업에 들어간 5억 원 가량을 제외하면 연평균 채 1억 원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국가기록원 산출 금액을 보면 보관량이 2배가 채 안되는데, 관리 비용이 4배가 넘어가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반면 공인전자문서센터에서 위 기록물을 스캔 관리할 경우 비용은 17.3억 원, 그리고 이용료는 23억 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금액 역시 DB구축 사업 비용 산정을 감안할 때 터무니없이 적제 산정되어 있다. 보고서에서는 비용 산정 내역이 없는데, DB구축 사업은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의 규정의 적용을 받는 정보화 사업의 하나이며, 각종 사업 공정에 대한 비용은 소프트웨어 사업대가의 기준, 인건비의 경우에는 자격에 따라 대한건설협회에서 매년 반기별로 발표하는 시중노임단가를 준용해야 한다. 또한 각종 소요 공수는 소프트웨어 사업대가의 기준중 별표인 <현대간행물> 파트를 준용한다. 이는 기록물이 간행물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련 규정에 따라 스캐닝 비용은 각종 공정을 포함하여 보통 면 당 단가로 산정할 수 있는데, DB구축 사업의 공정이나 소요 일수 등의 산정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필자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했던 사업을 보면 대략 450원에서 500원 사이에서 산정되었다. 지금도 나라조달 사이트에 등록된 각종 공공기관의 DB구축 면수와 사업금액을 보면 470~480원 사이에 단가가 형성되어 있다.

 국가기록원의 제시한 57천권을 대상으로 1권당 200면을 기준으로 잡을 때, 1,140만면이 사업대상량이 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대략 50억 원이라는 굉장히 큰 금액이 나오게 된다. 물론 DB구축 사업과 달리 기록물 반출 및 반입과 재편철, 보존상자 정리 등 몇 가지 공정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DB구축은 노동집약적 용역 사업으로 인건비가 다수(대략 70% 내외)를 차지한다. 따라서 어떻게 계산을 하더라도 57천권의 기록물에 대한 스캐닝 비용에 17.3억이라는 금액이 산출되긴 어렵다. 자체사업 방식으로 비교한다고 하면 소규모의 인원으로 소량을 장기간 동안 조금씩 변환하는 건데, 이 경우에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도 단기간에 방대한 양을 소화할 수가 없다. 여러 기관과 거래하여 최대한의 이익을 창출해야 할 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긴 어렵다.

 결과적으로 공인전자문서센터는 DB구축 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민간업체에 비해 1/3 수준의 비용만을 받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되는데, 영리업체가 공익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으로 산정된 비용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국가기록원은 같은 양인 57천여권의 비전자기록물에 대해 서고 보관 시에는 65, 공인전자문서센터에 전자화문서로 매체전환 비용은 17.3억으로 비용이 산정된 것은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전자는 엄청나게 부풀려져 있고 또 후자는 터무니없이 낮게 산정을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즉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의도적인 비용 산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자화문서와 전자문서에 대한 이용료 부분도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 7년 전인 2010년 당시 하나INS의 경우 문서발급은 건당 2,000, 증명서발급은 건당 1,000, 전자파일 열람은 1MB 100원이었다.

 전자파일 열람도 원본에 따라 용량이 천차만별이다. 1권에 200매 기준 평균 500KB로 변환되었을 경우에 100MB를 열람해야 하고 이 경우 사용료는 1만원이다. 국가기록원이 추정한 4천원의 2.5배다. 스캔 대상인 원본의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열람 비용도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기록물을 출력하게 되면 비용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건당 단가가 전자파일 열람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전자화문서 등을 출력해서 활용해야 할 경우가 잦다. 또한 같은 건에 대해 각 부서와 직원이 제각기 다른 시간에 필요로 할 경우도 수시로 발생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비용을 매번 지불한다고 할 때, 과연 국가기록원이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1권당 연간 4천원의 이용료로 그치게 될 수 있을까. 서고에 보관하면 열람 비용은 0원이다.

 그럼에도 굳이 비전자 원본을, 그것도 대부분 언젠가는 폐기를 해야 할 보존기간 10년 이하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이 제시한 바와 같이 스캔 비용으로 17억을 지불하고 이용료로 10년간 23억을 지불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DB구축 사업 대상은 폐기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최소 보존기간 30년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같은 스캔이라고 하더라도 그 가치는 같지가 않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여 국회 입법조사관 보고서에 있는 국가기록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얼마나 신뢰할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2015년에 이어 다시금 새누리당 박찬우 의원 등 11인의 의원입법 발의를 보면서 정말이지 국가기록원의 집념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사실 이 정도의 집념이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면 분명히 긍정적일 텐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여서 한편으로는 너무 안타깝다.

 2015년의 개정 추진 당시에는 사전에 이해당사자들과 전혀 조율이 없는 독단적인 개정이었다면, 이번 개정은 이미 학계와 기관 근무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대가 분명했던 사항임에도 입법 방식만을 바꿔 추진한다는 점에서 꼼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선 개정 추진 당시에도 느낀 바지만, 정말 정부산하 공공기관에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활용이 필요하다면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거쳤어야 옳다. 그리고 관련 업계의 요구와는 별도로 기록물관리 차원에서 제대로 된 안을 구성하고 검증받아 추진했어야 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닌가?

 지난 2년간 국가기록원은 오로지 기록물관리 대상이 정부산하 공공기관만이 있는 것과 같은 행태를 보였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에서도 기록물관리 업무에 대해 쌓여있는 현안과 문제점들이 부지기수인데도, 세계기록총회 등을 개최하고 나니까 마치 모든 행정기관의 기록물관리 업무 수준이 하이 레벨에 도달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현실은 아직도 갈 길이 까마득하다. 정말 높은 수준의 기록물관리 업무를 구현하는 기관들은 담당자의 노력과 간부의 지원이 어우러진 일부 기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당장 필자가 소속된 경기도교육청만 하더라도 본청과 교육지원청 포함 26개 기관에 담당자가 배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8명으로 최소 전보기간인 16개월만 채우면서 경기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폐기만 집행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중이다. 국가기록원의 기관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든 낮은 등급을 받든 누구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경기도교육청은 당장 학교 수,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교육지원청의 경우 법률에 따른 기록연구사의 신규 배치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저 순환하면서 그때그때 폐기만 잘 해주면 그 이상 문제가 될 것이 무엇이냐는 인식이다. 이러한 경기도교육청의 기록물관리 현실은 국가기록원이 보기에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 한 번 묻고 싶다. 필자가 근무 중인 경기도안양과천교육지원청도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는 담당자가 부재할 것이다. 누군가 업무 분장으로만 가지고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몇 년 동안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외에도 중앙부처와 지자체 등에도 외형적 성장 이면에 산적한 문제들이 다양하다. 이미 대다수의 기관 종사자가 1인 기록관으로의 한계를 호소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6년도 전부 개정 이후 국가기록원만의 필요에 의한 일부 개정으로 연명하고 있는 공공기록물법도 각 기관들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제 중앙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정부산하 공공기관까지 모든 기관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법률 개정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기록원은 만사 다 제쳐놓고 오로지 정부산하 공공기관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도 엉뚱한 해결책을 들고서 말이다.

 한편으로 공인전자문서센터는 법과 제도 등의 미비, 정보 보안에 따른 폐쇄성, 기업들의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민간 영역의 호응을 거의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4개의 업체만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며, 앞으로도 그 여건이 단기간에 쉽사리 나아질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또한 공인전자문서센터의 전자화문서에 대한 법적 증거력 부분은 지금도 법조계에서 여러 가지 이론과 학설이 제기되고 있고, 증거력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대법원 판례 등에서 공인전자문서센터의 전자화문서에 대한 증거력을 곧바로 인정하는 내용은 현재까지 찾아볼 수 없다.

 이 부분은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와 입법부인 국회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복잡한 현실 속에서 외부전자기록물저장시설의 활용을 규정하는 것은 그 시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공인전자문서센터의 제도와 역량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며, 이를 근거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 전자화문서로의 매체전환 시 원본의 기록물을 임의로 폐기를 할 수 있게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공공기록물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그 폐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번 폐기된 기록물은 두 번 다시 복구할 수 없다. 모두가 알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이기도 하다. 기록물의 평가와 폐기는 어떠한 경우에도 자의적이며 임의적으로 진행되면 안 되는 사안이다.

 전자화문서 등 매체변환과 무관하게 원본도 보존기간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고, 현재 공공기록물법에서 규정된 기록물의 평가 및 폐기 절차를 반드시 준수하여야 한다. 이는 공인전자문서센터에서 관리가 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설령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칙은 필히 포함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공공기록물법의 취지에 맞게 기록물을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