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아키비스트의 눈] 또 봄, 설레는 시작. 두번째 이야기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2014. 4. 2. 18:12

"아키비스트의 눈" 두번째 입니다.
 
새롭게 구성된 칼럼단을 중심으로 매주 다양한 주제로 회원 여러분께 찾아가겠습니다.
혹시 투고를 원하시는 회원님들께서는 karma@archivists.or.kr로 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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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의 의견과 무관함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또 봄, 새로운 시작 

 미르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언제나처럼 기록관리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일들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마도 기록관리와 무관한 일들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나와 ‘기록관리’를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록연구사’라는 내 직급 밖에는 남지 않은 듯하다.

   문득 ‘너, 지금 뭐하니?’라고 묻는다.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처음 기록관리 현장에 발 디딜 때에는 꿈이 없지 않았다.

   내가 일하는 곳의 기록관리 수준을 높여낼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같은 길을 가는 동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신나게 일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직장에서 내 존재는 미약하기 그지없었고,

   기록관리에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기록관리에 대한 계획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였고,

   인력과 예산은 항상 제자리였다.

   오히려 기록관리가 아닌 일들이 계속 주어졌고,

   그러다보니 기록관리는 평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만 처리하는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나를 포함해,

   서로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었던 동료들은 점점 흩어졌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직장에 더 익숙해졌다.

   이제 기록관리에 대한 꿈은 사라지고,

   그냥 공무원이 되어버렸다.

   항상 마음이 무겁다.

 

   현실의 벽이 높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되어 버린 건 내 탓이다.

   현실의 이겨낼 수 있는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도 때가 되면 월급을 받는 생활에 안주한 탓이다.

   처음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고,

   그 마음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뭔지 모를 미안함과 죄책감, 자괴감과 아쉬움을

   평생 마음에 담은 채로 살 수는 없다.

   다시 한 번 문제를 살피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긴 호흡으로 단계를 나누어 계획을 세워야겠다.

   몇 번을 좌절하더라도 무너지지 않도록

   매 순간 마음을 단단히 해야겠다.

   고민을 나눌 동료를 찾고, 공부도 해야겠다.

   비록 지금 기록관리가 아닌 일을 할 수밖에 없더라도

   내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퇴직하는 순간 후회하지 않도록

   마음을 굳게 하고 꾸준히 시도해야겠다.

 

   봄은 시작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