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전문요원제도 어떻게 볼 것인가?

조영삼(한신대 국사학과 교수)

2010년 기록공동체의 화두는 기록관리전문요원(이하 전문요원)의 자격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는 시행령의 재개정 추진으로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안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를 정리하고 향후 전개될 상황을 예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리라는 것이 필요할까 싶기도 합니다. 대략 내용을 다 인지하고 있는데 굳이 중언부언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주변 여러 사람들이 여전히 의미를 모르겠다는 차원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최근 의원입법으로 추진 중인 법률 개정안과 전문요원과 관련한 시행령개정안을 구별하지도 못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행령 재개정안을 꼼꼼히 분해하여 해설하는 것도 좋겠지만 의미를 따져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새로운 논쟁거리를 만드는 것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논쟁이 이루어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는 충분히 토론하지 못했습니다.

1. 자격, 그리고 석사

이번 현안에서 가장 큰 쟁점은 자격요건에서 석사학위 소지자가 빠지느냐 하는 문제였고, 결국 그 조항은 유지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총리실에서는 학력규제 완화 차원에서 전문요원의 석사자격을 없애는 것을 추진하였습니다.

공무원 인사제도 운영차원에서 보면 총리실의 논리는 매우 합리적입니다. 법령에서 석사학위 소지자를 정해 놓은 연구직은 없기 때문에 규제가 확실합니다. 이것은 공공기관에 전문요원이 임용되는 제도를 유지하는 한 언젠가는 제기될 문제였고, 그 방향은 석사학위소지자라는 조항은 없어지는 흐름이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막을 수 없는 대세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시행령 재개정안에 석사학위소지자가 유지된다고 해도 향후 몇 년 안에는 반드시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크고 언젠가는 해당 자격은 없어질 것입니다. 현안이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의 시행령 재개정안은 일종의 미봉책입니다.

실제로는 석사학위소지자라는 조항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전문요원의 자격은 결국 “기록(관리)학을 전공한 자”라는 단일 조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이미 열어 놓은 문호이므로 역사학과 문헌정보학의 전공자에게도 어떤 조건(현재로서는 자격시험제도)을 부여할 것입니다.

냉정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석사소지자를 자격으로 하는 것, 이미 물 건너 갔습니다.

덧붙여 한 마디. 석사학위가 마치 전문성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 비록 대학원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지만 우리 대학원의 교육은 매우 허술합니다. 몇몇 대학은 전문성을 제고하는 교육을 하고 있지 못하고, 몇 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기록관리 법과 제도를 공부하는 강의가 개설되지도 않았습니다.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도 구별하지 못하는데 말이죠. 그런데 이른바 대학원교육과정인증제도는 학계에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입니까?

2. 자격시험제도는 전가의 보도?

자격 문제가 한참 논의될 때, 공대위에서는 격론을 벌여 다른 모든 자격을 제하고 “기록관리학을 전공한 자”로 하자는 단일안을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애초의 시행령 개정안에 있는 “역사나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자 중 경력 1년과 교육 1년”이라는 조항이 현직의 공무원으로 전문요원을 충원하게 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결국 외부의 충원없는 전문요원제도 운영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석사학위소지자라는 것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총리실에서는 오히려 규제라며 거부했습니다. 이러한 출구없는 상황에서 국가기록원이 제안한 것이 자격시험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었습니다.

2010년 2월 2일. 기록관리현안 긴급 토론회 ⓒ정보공개센터


자격시험제도는 총리실이 마련한 애초의 안에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자격을 학부로 낮추고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5년 이내에 자격시험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느닷없이 나온 새로운 제안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기록공동체에서도 언젠가는 도입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자격시험제도는 비록 학부로 자격요건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격시험을 보게 한다고 해서 전문성이 극강으로 제고될 수는 없습니다. 자격시험은 아마도 정해진 과목에 대한 과락을 넘기는 점수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큽니다. 과락은 만점 또는 그에 준하는 수준의 점수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자격시험은 교육과정이 충실했느냐 또는 최소한의 소양을 갖추었느냐를 확인하자는 것입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모든 것을 해결하는 전가의 보도는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격시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지 모르지만 차선은 됩니다. 학부 수준으로 자격을 낮춘다면 그나마 최소한의 소양이라는 잣대는 이것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학계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얘기를 합니다. 시험제도 운영 주체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이번 시행령 재개정안은 자격시험제도 도입을 2년간 유예한다고 정해 놓았습니다. 2년이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입니다.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운영주체는 일단 국가기록원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민간으로 이양되어야겠죠. 협회가 할 일이 많습니다.

3. 왜 연구직이어야 하는가?

‘연구직 지도직 공무원 임용 등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아마 처음 듣는 법령이라는 사람도 있을 듯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처음 듣는다는 사람이 있다는 상황에 화가 납니다.) 대통령령입니다. 그 법령의 별표 1에 의하면 학예직군 아래 기록연구직렬이 있고, 그 아래에 기록관리직류가 있으며 기록연구관과 기록연구사의 계급 및 직급으로 구분하도록 정해 놓았습니다. 이 규정에 의해 중앙행정기관에 기록연구사가 임용 배치되었고, 지방의 일부에는 ‘지방 연구직 지도직 공무원 임용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임용 배치되어 있습니다. 기록관리전문요원의 기본적인 직렬은 기록연구직입니다.

애초에 전문요원을 연구직으로 정한 것은 기록관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공무원으로서는 그 직렬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또 오직 기록관리만 하도록 하자는 뜻도 있었습니다. 만약 사서와 같이 행정직군으로 정해 놓았다면 기록관리를 하기 위해 임용되었어도 행정업무를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록관리 법령에는 전문요원의 자격과 배치에 대해서만 정해놓았습니다. 자격만 갖추었다면 어떤 공무원으로 임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직 심지어는 비전임 계약직으로 임용하고 있습니다. 기록관리는 영구지속형 업무입니다. 특별한 이벤트로 잠깐 하고 말 것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계약직과 같은 특수경력직으로 임용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애초에 계약직으로 임용하는 흐름이 생겼을 때 학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큰 실책입니다.

제도를 탓할 문제는 아니지만 제도적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반드시 기록연구직으로 임용하도록 법률에 정하자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계약직으로 임용하는 것을 막자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현안을 해결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 기록연구직으로 임용하도록 법률로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직공무원은 일반적으로 석사학위 소지자 이상을 선발합니다. 굳이 법령에 석사학위를 자격으로 정해놓지 않더라도 선발과정에서 아예 석사학위 소지자 이상이라고 공고를 합니다. 심지어 편사연구직은 박사수료 이상의 학력을 요구합니다.

현재 조승수 의원 등이 기록관리법 개정안을 제출해서 소관 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의원입법을 통한 개정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과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특정 직렬을 임용하도록 법률에 정한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공무원 인사제도를 흔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사제도를 운영하는 행정안전부는 아마 크게 반대할 것입니다. 가능하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 기록연구직을 법제화하는 것이 엑스칼리버가 될 것인지는 저도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현단계에서는 이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4. 결론?

급하게 제 결론을 내보겠습니다. 전망에 관한 것입니다. 뒤처리 안하고 화장실을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만약 새로운 적을 거리가 있다면 다음 기회를 보겠습니다.

아무튼 제 점수는 아니 제 결론은 만약 기록연구직을 법제화할 수 있다면 자격은 딱 두 개의 조항이면 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기록관리학 단일 전공자로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검토와 토론이 필요한 것인데 자격인증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시행령 개정이전의 제도, 현재 법령 개정 전이니까 현재의 제도이군요. 이것은 이미 요단강 건너갔습니다. 석사학위소지자를 자격으로 하는 것, 이것도 당연히 그 강을 건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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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다음카페 기록인광장의 <기록현안 진행사항>에서 가져온 글 입니다.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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