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아키비스트의 눈] 연구자와 기술자의 사이 : 기록연구사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4. 18. 11:47

연구자와 기술자의 사이 : 기록연구사

세상초보

 
처음 회사 입사해서 박사과정 이수중인 동료와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직장 다니면서 학교생활하기 힘들텐데 대단하다, 나도 빨리 학교 가야 하는데 등등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기록관리학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그때, 그 동료는 내게 뜻밖의 말을 했다. ‘기록관리학이 학문은 아니잖아요. 박사과정 전공하기에는 좀...’과 함께 나도 공부할 거라면 다른 전공을 선택하는 조언까지 해줬다.

이후에도 동료들에게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직렬의 동료가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록관리학 박사과정을 이수하려 한다는 말도 들었다. 더하여 어떤 사람들은 기록관리는 다른 학문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서 참고자료를 정리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기록관리는 학문이 아니라 ‘기술’이라고 했다. 그래서 공부할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한다고 말이다. ‘경험’과 ‘노하우’로 시간이 지나면 터득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록관리가 자리매김한 시점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발전했는가. 오히려 지난 몇 년동안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생각이 더하다. 그래서 더 연구하고 새로운 이론을 적용하여 우리만의 기록관리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데에도 기록관리는 연구꺼리가 아니라고 한다.

그래. 기록관리가 기록물을 분류하고 시스템에 관리하는 최첨단 기술이라고 좋게 해석하여 기술이라고 하자. 하지만 그 기술이 발전하고 노하우 전파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끊임없는 연구개발이고 이것이 바로 학문인 것이다. 기록관리는 학문에 기반한 기술이다.

그래서 나는 기록전문가가 학문을 겸비한 기술자라고 생각한다. 기록물을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그리고 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 그에 필요한 지식을 쌓으며 배워나가야 한다. 기록관리가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기록관리의 중요성을 은폐하여 사람들의 눈을 흐리게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밖에 안 된다.

공부해야 한다. 이 시대에 기록관리의 중요성이 무엇이며, 사명을 말할 수 있는 기록연구사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 (표현이 과격할지 모르나) 적들은 열정으로 가득 찬 우리와는 다르게 냉철한 머리와 그들 나름의 논리로 공격한다. 우리보다 더 공부한다. 우리는 이들을 ‘반사!’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공공기관 현장에 있는 연구사들은 현장의 상황을 알려야 하고 학교에 있는 학생들은 새로운 이론을 알리자. 그래서 서로 공유하고 현장에 이론을 접목시키며 매력적인 기술을 만들어내자.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아직까지 기록관리의 필요성과 책임에 대해서 명확한 근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어서 괴롭다. 그냥 기록관리하는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졸던 닭이 머리 흔들듯이 고개를 흔든다. ‘이럴 때가 아니야.’ 라고. 그리고 다시 각오를 다진다. 연구하는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하겠다고. 여러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