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아키비스트의 눈] 중립의 어려움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2014. 9. 16. 14:53

  9월 '아키비스트의 눈' 입니다.
  많이 기다리셨을 회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번 '아키비스트의 눈'은 너트크래커님께서 보내주신 '중립의 어려움'입니다.


 투고를 원하시는 회원님들께서는 karma@archivists.or.kr로 메일 주세요~^^ 

   실명이 아닌 필명(예명) 사용하셔도 됩니다.

* 본 칼럼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의 의견과 무관함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중립의 어려움

 by 너트크래커

 

 최근 지인의 SNS를 살펴보다가 링크된 한 뉴스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에 아카이브즈가 들어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월스트리트저널(Wallstreet Journal) 실시간 중국 리포트(Chinese Real Time Report)란에 실린 기사였는데 무슨 중국 기록관 소식이길래 다른 나라 신문에도 실리나 궁금해 읽기 시작했다.

 이 뉴스 기사(Denying Historians : China’s Archives Increasingly Off-Bounds)에 따르면 대만에서 열린 21세기 중국 역사 협회(Historical Society for Twentieth Century China) 회의를 위해 모인 200여명의 역사학자들이 자신들의 최근 연구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에서 발표 논문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보다 최근 기록관 이용은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전 세계 기록관 접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www.disserationreviews.org)내에서 중국사 전공자들이 중국 본토의 기록관들이 접근을 차단하고 이용에 새로운 제한을 걸고 있어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가령 상하이 시립기록관(Shanghai Municipal Archives)의 경우 이제까지는 신경쓰지도 않았던 규정인 외국인 연구자에게 연구소나 대학의 소개장을 제출하도록 요구한다거나 아니면 이용에 제한을 거는 것이다. 가령 마이크로필름이나 디지털화된 문서의 출력은 허락하나 그 허락도 아키비스트들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며, 종이문서의 복사는 금지하는 것이다. 혹은 내부 사정으로 이용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난징 제2역사 기록관(No.2 Historical Archives in Nangjing) 2017년까지 모든 소장 기록물의 디지털화를 위해 문을 닫았고, 중국 외무부 기록관(China’s Foreign Ministry Archives)시스템 고장을 이유로 이용할 수 도 없다고 한다.

 중요한 기록관이 이렇게 문을 걸어 잠그는 것에 반해 더 개방을 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일본 지배시기 기록이라고 한다. 지린성 기록관(The Jilin Provincial Archives)1930년대~40년대 일본의 중국 침략 당시 행했던 기록에 대해서 외부 공개를 확대했다. 저자는 이런 기록관 운영에 대해서 명백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을 한다. 그렇게 기록을 감춘다고 해도 역사는 중국정부가 원하는대로 쓰여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남긴다.

 항상 싸움에는 양쪽 말을 다 들어 봐야하는 법이고 중국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 이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 없겠지만, 기록관이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라도 중립적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기록관은 대체로 행정기관이고 행정기관의 속성상 국가 정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 속에서 중립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지금은 숨기고 싶은 기록일지라도 100년 후가 되었든 200년 후가 되었든 언젠가는 공개될 것인데 그 때까지 기록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임무를 다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게 최선인가? 아카이브의 임무 혹은 존재 이유(?)가 정보의 활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존에만 치우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런 일이 꼭 남의 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세계 어디에서든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중립을 지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지라도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것이 아키비스트의 최소한의 양심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