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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20-07)은 아폴로11, 람다, 전자담배, 108, 사랑에 아파본 적 있나요님께서 보내주신 [작성하지도, 공개하지도 말았으면 좋았을 성찰백서]입니다. 지난 6월 4일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기록인광장' 게시판에 올라온 <기록관리 성찰 백서> 부분공개본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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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 작성하지도, 공개하지도 말았으면 좋았을 성찰백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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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20-07)

 

 

작성하지도, 공개하지도 말았으면 좋았을 성찰백서

 

 

2020.6.16.

아폴로11, 람다, 전자담배, 108, 사랑에 아파본 적 있나요

 

 

소문만 무성했던 국가기록원 기록관리 성찰 백서’(이하 백서)가 공개됐다. 지난 64일 정보공개청구인 '심성보'는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기록인광장에 정보공개청구 결과인 '백서'의 부분공개본을 게시했다. 그는 "성찰백서 내용 중 검토의견, 발언자, 증언자 등의 이름, 회사명·단체명 등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9조 제1항 제5, 6, 7호에 따라 제외하고 공개(부분공개)”된 부분공개본임을 밝혔다. 최종본 확정 후 (백서는 최종본 작성일을 2018.12.31.()로 기재하고 있다) 17개월이 지났고, 발간완료 보고 후 10개월이 지나 (발간 완료 메모보고는 2019731) 지금에서야 백서가 기록공동체에 공개되었다. 자의는 아니었다. 정보공개청구에 의해서였다.

 

백서는 2018315일 국가기록원장 기자회견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국가기록원의 약속에서 시작된다. 국가기록관리혁신TF의 권고에 따른 이 기자회견에서 국가기록원장은 "TF의 요구 사항 중, 기록관리 폐단조사 및 기록사건 진실위원회 구성 등을 통한 진상 규명을 위한 실천"으로 백서 발간을 약속했다. TF의 요구 사항에 백서 발간은 없었지만 국가기록원장은 백서 발간을 추진했다. 당초의 의지와는 다르게 과정은 불투명했고 결과의 공개 방식 또한 옹졸했다.

 

시작부터 결과까지 모든 석연치 않은 과정에도 불구하고 백서의 발간과 그것을 둘러싼 맥락에서 몇 가지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먼저 이번 백서는 행정기관의 과오에 대한 자기고백이다. 행정기관의 특성상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쳐 정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과정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이다. 둘째, 백서는 현재 국가기록원이 추진하고 있는 기록관리혁신에 대한 인식과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국가기록원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를 모두 나열한 수준인 국가기록관리 중장기 발전계획, ‘국가기록관리 혁신 백서의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백서는 그간의 기록관련 사건들(11개 항목)의 진행 과정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향후 한국 기록관리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 백서를 통해 한국의 기록관리를 총괄하는 기관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그 잘못을 어떤 방식으로 성찰하고 정리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백서는 국가기록원장의 약속대로 철저하게 과오를 성찰하고 그에 걸맞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진상을 규명했을까? 안타깝지만 이 백서는 백서를 썼다라는 행정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백서는 국가기록원 정책과 실무의 실책을 나열하고 경과를 덧붙였지만 성찰 행위는 없었다.

 

백서는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고, 경과와 내용을 일지 방식으로 정리한 후, 성찰과 개선방향을 적고 있다. 백서를 왜 쓰는가. 백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찰 및 개선방향의 제시이다. 그것이 없다면 백서는 무용한 종이 뭉치에 불과하다. 백서는 개선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제도적 장치 보완 2) 원 내외 공론화 과정 마련 3) 기록공동체와의 소통 4) 국가기록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기록관리 전문성 강화. "오늘의 기록이 미래의 역사를 만든다"라고 외치는 국가기록원은 왜 이다지도 비겁한가. 이 방법들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원인을 왜곡시키고 있다. 백서가 나열하는 각종 사건에 대해 당시 기록공동체는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내거나 토론회를 열어 논의했다. 국가기록원은 그것을 거의 대부분 무시했고 심지어 문제제기를 한 특정 전문가에게 모종의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소통이 부재한 것은 물론이지만 더 큰 잘못에 대해 당시 국가기록원은 명확한 입장을 갖고 사건을 처리했다. 이것들을 소통, 공론화 등 아름다운 말로 퉁칠 수 있는가. 기록을 다룬다는 한 기관의 행태가 이렇게 졸렬해도 되는 것인가.

 

한편 백서가 다룬 모든 일은 공무원의 업무 수행 자체이다. 정보공개법은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는 비공개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건과 관련된 공무원의 신상을 비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이 백서는 책임 집필자도, 집필에 참여했다는 일명 ‘Reading Group’의 존재도 밝히지 않고 있다. 책임이 모두에게 있고, 그래서 누구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이다. 공개와 그 과정의 설명은 모두 누락되어 있다.

 

또한 2018년 이후 국가기록원이 제시한 소통강화, 공론화는 충분한 해결책이었을까? 안타깝게도 실천은 실종되었고, 말과 구호의 껍데기만 남아버렸다. 개별대통령기록관 추진의 실패, 공공기록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민간 전문가출신 국가기록원장 취임 이후 의견수렴과 회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것을 소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가기록원은 진정으로 밖의 말들을 듣고 있는가.

 

백서는 성찰의 가장 중요한 결실로 국가기록원 윤리강령제정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기록원은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201969일 기록의 날을 맞아 선포했다. 그러나 윤리강령또한 오늘과 내일의 국가기록원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새기고자 한다는 의지에 걸맞지 않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성과를 위한 윤리강령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던 것은 아닌지 반문해본다.

 

국가기록원의 백서는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며 기관의 미래와 비전을 보여주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또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기존으로 작동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국가기록원의 이번 백서는 "백서를 썼다"라는 행정행위일 뿐이다. 드러난 진실은 없고, 과오를 되짚어 성찰하는 과정에서 국가기록원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포기했다. 백서가 기록공동체에, 나아가 기록관리전문가에게 전문성을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백서에 대해 꼼꼼히 따져 묻는다면 국가기록원은 떳떳하게 답을 할 수 있을까. 작성하지도, 공개하지도 말았으면 좋았을 국가기록원의 백서를 두려운 마음으로 덮는다.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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