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의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대하여

한국기록전문가협회,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는

아래와 같은 공동 입장문을 발표합니다.

 

 

나눔의_집의_‘위안부’기록_방치․절멸_행위에_대한_기록전문가_단체의_입장_2020081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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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의 위안부기록 방치절멸 행위에 대한 기록전문가 단체의 입장

 

 

 

기록전문가들은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의 노력에 의해 나눔의 집의 문제점들이 낱낱이 밝혀지게 된 점에 대해 지지와 존경을 표합니다. 또한 조사결과에 의거하여 강력하고 신속한 행정처분과 법적 조치가 취해지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사회복지법인의 비리를 척결하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 입장문을 통해 밝힙니다.

 

기록이 있어야 역사가 바로 섭니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의 삶과 투쟁의 흔적이 기록으로 남아야 우리는 비로소 일본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고, 할머니들의 기념비적 삶을 역사에 전승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단지 사회복지법인의 그릇된 운영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조사단에 의해 밝혀진 사실 중 기록 방치절멸의 문제에 정부와 우리 사회 모두가 주목해야 합니다. 나눔의 집이 역사 전승과 기록 정의에 눈감음으로써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해결해갈 길을 틀어막은 반역사적 행위를 자행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들의 삶과 투쟁의 기록들은 현재 나눔의 집 수장고, 교육관 1, 2층 베란다, 생활관 1층 서가, 1역사관 창고 등에 흩어져 있으며 통합관리 되지 않고 있습니다. 비교적 안전한 수장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장기 보존을 요하지 않는 불교서적들이 함께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수장고 모빌렉의 3분의 1 정도가 비어 있는데도 정작 장기 보존해야 할 할머니들의 기록들은 훼손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는 허술한 장소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기록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를 망각하고, 이 기록들을 안정적으로 장기 보존할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눔의 집은 2019725일부터 82일까지 1주일 이상 할머니들의 방에 있던 소중한 기록들을 증축공사를 한다는 이유로 건물 바깥 주차장에 방치하였습니다. 장마가 끝나지 않아 할머니들의 기록은 마대자루 등에 허술하게 쌓인 채 비를 맞아 훼손되었습니다. 비가 오자 나눔의 집이 취한 조치는 그저 비닐과 천막천을 기록 위에 덮어두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중한 기록들이 훼손되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할머니들의 옷이나 시계와 같은 기록들은 지금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흩어진 채 방치된 기록 중에는 국가지정기록물도 있습니다. 국가기록원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060점과 125의 기록을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하고, 지정기록의 장기 보존을 위해 기록 정리와 보존조치를 지원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눔의 집은 그 때 당시의 보존 상태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이곳저곳 허술한 장소에 국가지정기록물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의 이러한 소중한 역사 기록들은 나눔의 집 이사진과 간부들에게는 단지 모금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눔의 집은 국내외 전시 등을 개최하여 홍보활동을 지속하면서, 전시가 끝나면 심지어 항공운송용 포장 상태 그대로 해당 기록들을 교육관 베란다에 방치하였습니다. 할머니들의 마음을 그린 미술 작품들은 그것이 지니는 기록 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인정되지 않았고, 그저 귀찮은 물건 취급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할머니들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기록인 입퇴소 기록, 관찰일지, 간병일지조차 상당수가 존재하지 않으며, 일부 남아 있는 기록들도 생활관 1층 서가 등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기본 기록조차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눔의 집에 일시 거주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몇 분인지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할머니들은 16명인데, 다른 자료를 종합해보면 28명 이상의 할머니들이 나눔의 집에 거주하셨던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기록을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들이 거주하고 계시는 방 자체가 소중한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나눔의 집은 2019년 증축공사 과정에서 할머니들의 방에 있던 기록들을 마대자루 등에 넣어 밖으로 이동시켰고, 지금까지도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눔의 집의 기록에 대한 무관심과 무분별한 대응으로 인해 할머니들의 방이 지니는 기록적 가치는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되어 있습니다.

 

기록과 관람객이 만나는 장소인 전시관의 현실 역시 참담한 상태입니다. 1역사관은 1990년대를 연상시키는 패널 위주의 무성의하기 짝이 없는 수준의 전시를 하고 있고, 전시 중인 일부 기록은 습도 등이 조절되지 않아 이미 훼손진행되고 있습니다. 2역사관은 바닥재가 들떠서 걸으면 울렁거리거나 소리가 나는 지경이며, 엘리베이터는 고장으로 운영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우리는 조사단이 밝힌 이상의 기록 현실을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한일 간에 현안이 있을 때나 정치적 사안과 연관되었을 때는 정부와 온 국민이 나서서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거론하지만, 정작 문제 해결과 역사 전승의 핵심 기제인 기록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 언론, 그리고 전문가 집단은 이제라도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의 기록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기록을 이렇게 방치하고 절멸시키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문제 그리고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을 방치하고 절멸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록전문가들은 이번 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따라 나눔의 집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신속하고도 강력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그와 동시에 방치절멸되고 있는 기록들을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지니는 역사성에 걸맞게 보호하고 보존함과 동시에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기록전문가 단체의 뜻을 모아 다음 사항들을 요구합니다.

 

1. 나눔의 집 이사진과 간부들은 기록 방치절멸의 책임을 스스로 물어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각 사퇴해야 합니다.

2. 여성가족부와 경기도위안부피해자법에 명시된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절멸된 기록을 포함하여 현존하는 기록들에 대해 조사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보호 조치를 해야 합니다.

3. 국가기록원은 기록에 관한 전문성을 발휘하여 여성가족부와 경기도의 보호 조치에 적극 조력해야 합니다.

4.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기록과 관련된 조사결과를 하나도 빠짐없이 조속히 공개하여, 국민적 관심 하에 기록의 문제가 해결되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붙임: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 기록 관련 자료 분석 결과

 

[붙임] 나눔의 집 일본군 ‘위안부’역사 기록 관련 자료 분석 결과.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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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8. 13.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한국기록전문가협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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