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야단법석] 기록관리와 여성(6)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3. 30. 12:39
'기록인칼럼' 3월의 지정주제는 ‘기록관리와 여성’입니다.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기록관리와
여성의 관계, 기록관리계의 여초현상 등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기록관리와 여성?

미르


나는 기록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여성이다.
 
기록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을 때, 가끔씩 힘이 필요했다. 실습을 위해 기록물을 정리할 때는 물론이고, 학과 행사를 준비할 때에도 책상이나 자료집 따위를 날라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도와서 하면 됐다. 힘이 부족해서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기관에서 기록을 관리하려니, 힘이 많이 필요하다. 문서고에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기록물을 정리할 때가 특히 그렇다. 혼자서 이리저리 기록물을 나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했던 것이다. 몸은 좀 아프지만 힘들지는 않다.
 
물리적인 힘보다 더 필요한 건 조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힘, ‘권력’인 것 같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관에서 기록을 관리하는 데 권력이 도움이 된다. 기록관리는 조직의 문화와 체계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나오는 것이든, 아래로부터 나오는 것이든,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고위직이 기록 관리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동료 직원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이런 저런 緣이 지배하는 보통의 조직 문화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조직에서 유일한 직렬인데다, 입사 선배도 동기도 후배도 없다. 수다나 음주, 스포츠를 즐기지 않으면 친한 동료 하나 만들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기록관리는 웬만한 사건이 터지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다. 애초에 이런 힘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간혹 밀려오는 무력감은 솔직히 견디기 어렵다.
 
힘없이도 할 수 있는 건,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좋은 평판과 이해를 넓혀가는 것뿐인 듯싶다. 물론 이 방법으로 기록을 관리하는 문화와 체계를 바꾸려면 꽤 긴 시간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간과 어려움을 버텨내기 위한 힘이 필요하다. 정신력. 내가 왜 이곳에 존재하는지를 잊는다면, 나는 그냥 한 사람이 조직원이 되어버릴 테니 말이다.
 
기록관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리고 성별은, 약간의 불편을 줄 수는 있지만, 기록관리를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기록관리 전문가라는 자기 인식과 노력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