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으로 시작하는 4월입니다.



219노선버스



봄의 문턱에 이르렀다 싶었는데... 그쵸? 
너무 들뜬 건가요, 또 한 방 먹은 느낌입니다.

지난 겨울동안 잃어버린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느 날 충동적으로 구입해서 5년 남짓 사용해온 장갑과 
햇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오래된 머플러도 잃어버렸습니다.
덕분에 2월에 들어선 이래 지금껏 감기를 달고 지냅니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으려니 싶어 따져보기도 합니다만,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에 정신줄마저 느슨해진 까닭은 물론이고
결국 ‘219노선’을 벗어나 스스로 흐트러지고 천지를 헤맸던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간 잃어버린 것들을 다 셈하여보자면 끝도 없습니다.
물건도 있고 사람도 있고 무형의 무엇도 있습니다.
‘분실’도 있고 ‘상실’도 있고 ‘박탈’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아리게 하는 것은 믿음입니다.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생겨나고
믿지 못할 말들이 그래선 안되는 곳에서 먼저 내던져지니
믿을 수 있는, 믿어도 되는, 믿을 만한 것들이 죄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늘 함께 지내고 있다 싶지만
말을 걸어오고 생각을 털어놓는 이가 없는 걸 보면
아마 저 역시 듬뿍 믿음을 주는 존재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지난 4월 첫 주일은 기독교 신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예수님의 생전 마지막 일주일의 고난을 되새기는 주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난주간"(Passion Week)이라고 부릅니다.

“passion”이라는 표현은 흔히 “열정”이라고 번역됩니다만
더할 나위 없는 “고난”과 “시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정반대일 것 같은 두 의미가 하나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아픔과 상처를 각오하고 스스로 작정하고 나선 길입니다.
“passion”이 없었더라면 “동풍(easter)”이 부는 날 
부활의 영광도 없었을 겁니다.

올 봄으로부터 다음 겨울이 올 때까지는 부지런히 마음을 다잡고 
어느새 잃어버린 것과 되찾아야할 것, 또 새로이 장만할 것들을 헤아리며 
“성큼 한 걸음 더” 
그대들을 만나러, 그대들과 믿음을 나누러 다가서겠습니다. 





Posted by anarc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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