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야단법석] 기록전문가의 필수품(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4. 9. 19:11

'기록인 칼럼'의 4월 지정주제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니고 다니는 것,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

219노선버스

곰곰히 주제에 대한 생각을 추스르긴 해보았지만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대신에 그냥 저의 일상적인 소지품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작년에 이사하면서 멜빵 가방 하나를 찾았는데 트래킹할 때 쓰는 것처럼 작은 것입니다.
아침마다 어디 좋은 공기 마시러 가는 양 이 멜빵 가방과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방의 뚜껑에 해당하는 맨 위의 주머니엔 집과 차의 열쇠가 들어 있습니다. 
열쇠들은 접이식 나이프의 고리에 달려 있는데, 나이프엔 아들 이니셜이 새겨져 있습니다.
작은 나이프 한 자루가 흔들림 많은 세상살이에 실용 이상의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가방에는 줄 없는 수첩과 볼펜 그리고 돋보기 안경이 있습니다.
수첩은 두 세장 끄적여 놓았지만 대개는 지하철에서 떠오른 상념일 뿐입니다.
어쩌다보니 볼펜은 까만색만 세 자루나 되는데 본래 제 것은 아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안경은 늘 가장 먼저 챙기지만, 글을 볼 때가 아니면 맨눈으로 보는 것이 보다 선명합니다.
보는 것에는 안경이 유용하겠지만 느끼는 것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가방 양쪽의 옆 주머니는 필시 물병을 담는 곳으로 만들어졌으려니 싶은데, 
왼쪽 주머니엔 둥글둥글 맨질맨질한 조약돌 두 엇이 달그락 거리며 자리하고 있고,
오른 쪽에는 파란 고무가 점박이로 박힌 장갑 한 켤레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줄자나 고무지우개, 소형 망치같은 작업 공구가 들어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소형 카메라 하나쯤 더 들어갈 수 있을 만큼은 늘 비워둡니다.
혹 부지런히 살다보면 무슨 보물 하나쯤 얻게 될지 모른다는 꿈의 몫인 셈입니다.
그러고보면 저의 필수품은 이렇듯 비운 채로 가득차 있는 갈망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