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91

[아키비스트의 눈] 생일을 맞아

생일을 맞아 219노선버스 오랜 시간을 버티다 뒤늦게 결혼한 처제가 조카를 순산하였습니다. 동서는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앞서 두 분의 집안 어른을 여의었으니 모처럼의 기쁨일 뿐만 아니라 곱절로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남겨지는 사람으로서 겪는 슬픔보다 새로 맞이하는 입장에서의 반가움이 한결 큰 것은, 나이 듦에 대해, 그리고 이승의 인연에 대해 조금이나마 배워온 연륜 때문이려니 싶습니다. 그러다가 왠지 죄송한 마음이 들어 처음의 어딘가로 돌아간 그분들의 자취를 돌아봅니다. 집안에 남아 있던 것은 물론, 학창시절의 것들과 가까이 지내던 벗들과의 사연 속에 낯설면서도 그리운 그 모습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한 눈에 알아보고 단박에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무르팍에서 자란 세대인 까닭에 집안의 ..

[야단법석] 민주주의와 기록(1) - 6월의 약속

'기록인 칼럼'의 6월 지정주제는 '민주주의와 기록'입니다. 민주화의 달 6월입니다. 기록인 칼럼을 통해 기록과 민주주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6월의 약속 219노선버스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체계적인 기록관리와 기록보존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기록의 관리와 보존이 민주체제의 국가와 조직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리라. 실록實錄과 같이 세계가 인정하는 우수한 기록유산도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이념적 기반으로 한 성취는 아닐진대, 전근대 왕조나 공산독재, 일인독재와 같은 전제체제에서도 기록은 역시나 ‘잘’ 관리되고 보존되어야 했으리라. 기록관리자나 아키비스트가 갖춰야 하는 소양이나 역할은 결국 그들이 처한 시대적 여건에 제약될 것이니, 역대의 아키비스트들 모두가 민주주의자는..

[아키비스트의 눈] 오월의 고백

오월의 고백 219노선버스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은 “그리움”이라고 했던가요? 저 혼자만 바쁜 듯 성급히 돌아서는 까닭에는 또 다른 그리움이 남을까 두려운 마음도 있습니다. 바보같은 짓인 줄 알지만 그이의 부재를 굳이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도 있습니다. 하늘도 맑고 잎사귀들도 푸른 요즘 같으면 작은 바람 소리에도 발끝이 끝내 멈춰지고 어쩌지 못해 뒤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나 대개 그리움은 나의 일인 까닭에 오늘같은 날 누군가 나를 그립다 하리라 생각지 않습니다. 테레사 수녀님의 뉴스를 보며 눈물을 보이던 친구를 떠올리다가도 공부는 정말 못했다는 몹쓸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와락 품어야 할 슬픔의 존재들이 매일 오가는 시청 앞이며 서울역 앞에 지쳐가고 있어도 정작 저는 나의 그리움에 떠밀려 오늘도 침몰하고 맙니..

[야단법석] 기록과 정치(2) - 우리에게 기록관리와 기록보존은 정치다.

'기록인 칼럼'의 5월 지정주제는 '기록과 정치'입니다. '정치'의 문제가 넘쳐나는 시기입니다. '기록'과 '기록관리'가 정치 문제의 중심에 떠오르기도 합니다. 기록·기록관리·기록전문가는 정치와 어떤 관계인지, 나에게 또는 우리들에게 정치는 어떤 의미인지, 기록인 칼럼과 함께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우리에게 기록관리와 기록보존은 정치다. 219노선버스 내일이면 그분이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지신지 만 3년이다. 최근에 알려진 마지막 육성 녹음은 당시 참담했던 그분의 심경을 고스란히 전한다. “기록의 중요성”과 “기록의 힘”을 내세우는 글과 주장에 공감해왔지만, 그분의 경우를 되새겨 보자면 참으로 기록이란 게 두렵고 무섭다. 돌아보건대 쌀 직불금 파문을 핑계로 대통령지정기록을 들여다보고파 했던..

[아키비스트의 눈] 기록으로 시작해 기록으로 끝내다 - 이명박정부 ‘기록 소동’의 폐해 -

기록으로 시작해 기록으로 끝내다 - 이명박정부 ‘기록 소동’의 폐해 - 깃발 이명박 정부는 지난 노무현정부와 전혀 다른 관점에서 기록에 대해 각별한 것 같다. 지난 정부가 공공기록 관리체계를 바꿔보려 했다면, 지금 정부에서는 전 정부 기록을 이용해 요란한 소동을 일으켰다. 이 정치적 ‘소동’이 일어나는 동안, ‘기록을 많이 남기는 것은 위험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라는 조롱같기도 한 경종이 느껴지기도 했다. 국가기록원에 있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기록은 건수 기준으로 이전 대통령의 기록 모두를 합친 것의 20배를 웃돈다. '기록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싶어 한 노 대통령은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그렇지만 참여정부의 많은 기록들은 역으로 대통령 자신과 측근들을 향한 비수로 돌아왔다. 퇴임 후 불과 ..

[야단법석] 기록과 정치(1) - 기록관리 잘 하려면 정치도?

'기록인 칼럼'의 5월 지정주제는 '기록과 정치'입니다. '정치'의 문제가 넘쳐나는 시기입니다. '기록'과 '기록관리'가 정치 문제의 중심에 떠오르기도 합니다. 기록·기록관리·기록전문가는 정치와 어떤 관계인지, 나에게 또는 우리들에게 정치는 어떤 의미인지, 기록인 칼럼과 함께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기록관리 잘 하려면 정치도? 코즈모넛 우리 현실을 생각할 때 기록관리에 정치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사실 공공기록법 시행 때나 참여정부의 기록 혁신 때나 정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정말 그건 아닌데 하는 대목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인에게 부탁에 부탁을 하는 일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없지 않다. 법령 제·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

[아키비스트의 눈] 콕스씨가 말했다, 기록관리자가 해야할 일은....

콕스씨가 말했다, 기록관리자가 해야할 일은.... 2012년 4월 30일 취우(醉雨) RICHARD J. COX의 논문 “Why Records Are Important in the Information Age?”를 감명깊게 읽었다. 이 논문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키비스트와 기록관리자들은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기록에 관한 이슈들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큰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슈들이 공적인 분쟁거리가 되거나 중요한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면서 기록관리자들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선 시기에 뉴욕타임즈에 실린 후보자에 대한 윤리적인 의혹들 중 몇 가지는 기록에 연관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이 기록관리적 관점에서 제시..

[야단법석] 기록전문가의 필수품(6) - 내 낡은 서랍 속의 장갑

'기록인 칼럼'의 4월 지정주제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니고 다니는 것,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내 낡은 서랍 속의 장갑 정인(定印) 사무실 비품함에는 빨간 코팅이 입혀진 목장갑부터 번들번들한 나일론 장갑, 손에 꽉 끼는 라텍스 장갑까지 용도에 따라 달리 쓰이는 다양한 장갑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있던 하얀색 면장갑을 즐겨썼다. 손바닥에 고무 엠보싱이 입혀져 있어 종이를 잡기에도 편했고, 면장갑이라 손을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수월했으며, 끼고 벗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유용하게 쓰이던 그 만능 장갑 하나를 내 전용으로 늘 옆에 두고 있었다. 장갑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기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아키비스트의 눈] 적과 동지

적과 동지 코즈모넛 제자들이 취직 되어 내 방을 찾아오면 하는 말이 있다. “3년간 술만 먹어라.” 혹 지방으로 가게 된 제자들에게는 “아파트 말고 근처 시골 마을에 살면서 옆집 아주머니한테 김치도 얻어먹고 가끔은 마을 야유회도 같이 가봐라” 하고 말한다. 쉽지 않은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그리 해보겠다고 활짝 웃으며 답하곤 했다. 기실 내 조언을 실천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내용인 즉 함께 일하게 될 공무원들하고 동지가 되려 애쓰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그 지방 사람들과 하나가 되라는 거다. 말이 쉽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기록 전문가라면 의당 그래야 한다지만 ‘고립된 섬’에 외톨이로 살아야 하는 처지에 무슨 호사스런 낭만주이란 말인가? 첫 출근을 했더니 눈을 말똥말똥 뜨고 미소 지으며 '똥개 ..

[야단법석] 기록전문가의 필수품(5) - 나를 기록전문가로 만들어주는 것

'기록인 칼럼'의 4월 지정주제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니고 다니는 것,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 : 나를 기록전문가로 만들어주는 것 세상초보 내가 이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물건은 기록물 이관할 때 사용하기 위한 장갑도 앞치마도 칼과 가위도 마스크도 인수증도 아닌, 신분증이었다. 이것이 없으면 난 회사 입구부터 내가 누구인지 무슨 일로 이 곳에 왔는지 안전요원에게 설명해야 하고 현관조차도 내 힘으로 들어갈 수 없다. 서고도 출입할 수 없다. 그리고 기록물 열람도 업무시스템 접근도 할 수 없다. 결국 ‘나는 기록전문가입니다’라고 곳곳에 알릴 수 있는 것은 이 신분증밖에 없더라. 얼굴에 써놓고 다..

[야단법석] 기록전문가의 필수품(4)

'기록인 칼럼'의 4월 지정주제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니고 다니는 것,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 깃발 필자에게 있어 접착식 메모지(일명 포스트잇)는 ‘애증의 대상’이다. 사실 메모지 따위를 가지고 애증 운운하는 것은 과장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든 필자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으로 ‘이 녀석(?)’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집형 기록관에서 수집활동은 기록전문직의 업무 중 가장 역동적인 직무가 아닌가 싶다. 지하실, 베란다, 창고 등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장소에 보관된 무질서하게 보이는 기록 더미를 기증자에게 수집하는 일은 물리적인 기록의 입수뿐만이 아니라 기록물 보관이력 및 개별 정보를 청취하여..

[아키비스트의 눈] 연구자와 기술자의 사이 : 기록연구사

연구자와 기술자의 사이 : 기록연구사 세상초보 처음 회사 입사해서 박사과정 이수중인 동료와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직장 다니면서 학교생활하기 힘들텐데 대단하다, 나도 빨리 학교 가야 하는데 등등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기록관리학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그때, 그 동료는 내게 뜻밖의 말을 했다. ‘기록관리학이 학문은 아니잖아요. 박사과정 전공하기에는 좀...’과 함께 나도 공부할 거라면 다른 전공을 선택하는 조언까지 해줬다. 이후에도 동료들에게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직렬의 동료가 쉽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록관리학 박사과정을 이수하려 한다는 말도 들었다. 더하여 어떤 사람들은 기록관리는 다른 학문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서 참..

[야단법석] 기록전문가의 필수품(3) - 그분들의 연락처

'기록인 칼럼'의 4월 지정주제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니고 다니는 것,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 - 그분들의 연락처 취우(醉雨) 내가 다녔던 컨설팅 회사에는 각 분야별 소위 고수(Guru)들이 복작거렸다. 2000년대 초 포스코나 LG전자 등 큰 기업들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도입하던 시절, 잠시 컨설턴트 품귀현상이 벌어졌고 전문가들은 월 3천만원 이상의 인건비를 받으며 일하기도 하였다. 귀하신 몸, 그들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바로 휴먼 네트워크였다. 혼자서 모든 컨설팅을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문 컨설턴트들은 항상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할 준비가 되어있었..

[야단법석] 기록전문가의 필수품(2)

'기록인 칼럼'의 4월 지정주제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니고 다니는 것,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 미르 기록학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내 주위의 사람들은 내가 어떤 공부를 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항상 궁금해 한다. 도서관 사서와 비슷한 것으로, 또는 고문서나 중요한 자료를 연구하는 것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어쨌든 대학원까지 다니면서 공부하고 하는 일이니, 고상하고 지적인 것이려니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가끔씩 내가 문서고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거나, 문서고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쳤다거나, 먼지 때문에 감기에 걸렸다는 말을 들으면, 대체로 이런 반응을 보인다. “아니, 그런 일을 하세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

[야단법석] 기록전문가의 필수품(1)

'기록인 칼럼'의 4월 지정주제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입니다. 우리가 매일 지니고 다니는 것, 공부나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것...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록전문가의 필수품 219노선버스 곰곰히 주제에 대한 생각을 추스르긴 해보았지만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대신에 그냥 저의 일상적인 소지품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작년에 이사하면서 멜빵 가방 하나를 찾았는데 트래킹할 때 쓰는 것처럼 작은 것입니다. 아침마다 어디 좋은 공기 마시러 가는 양 이 멜빵 가방과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방의 뚜껑에 해당하는 맨 위의 주머니엔 집과 차의 열쇠가 들어 있습니다. 열쇠들은 접이식 나이프의 고리에 달려 있는데, 나이프엔 아들 이니셜이 새겨져 있습니다. 작은 나이프 한 자루가 흔들림 많은 세상살이에 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