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아키비스트의 눈] 국가기록관리 비전에 대한 기대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2019. 5. 21. 17:06

회원이 만들어가는 칼럼 '아키비스트의 눈' 입니다.

 

'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19-01)은 기록인(익명)님께서 보내주신 [국가기록관리 비전에 대한 기대] 입니다. 국가기록원의 '국가기록관리 비전·미션 3개안에 대한 선호'에 대한 설문조사 및 국가기록관리 비전과 미션 설정과 관련된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 '아키비스트의 눈'은 기록관리와 관련된 우리의 생각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투고를 원하시는 회원님들께서는 karma@archivists.or.kr로 메일 주시거나 아래 바로가기(구글 DOCS)를 이용하셔서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실명이 아닌 필명(예명)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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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의 공식의견과 무관함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아키비스트의_눈(칼럼_2019-01)_국가기록관리_비전에_대한_기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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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19-01)

 

국가기록관리 비전에 대한 기대

 

기록인(익명)

 

지난 52일 국가기록원은 각 기관에 대한 공문 발송 및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국가기록관리 비전미션 3개안에 대한 선호에 대한 일주일짜리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국가기록관리의 비전과 미션을 설정하는 중요한 과제임을 기록원 스스로 밝히는 만큼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국가기록원은 지난 221국가기록관리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기획단을 공모했다. 업무 역할에는 국가기록관리 비전미션 검토가 포함돼 있었다. ‘기획단의 활동은 이후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리고 이번 비전미션()이 공개되었다. ‘에 대한 선호 여부를 떠나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을 위해 만들어진 기획단은 어떤 활동을 했을까. 왜 활동이 기록공동체에 거의 공유되지 않았을까. 공유되지 않았던 활동을 근거로 한 선호도 조사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한편 지난 공공기록관리혁신팀의 경험과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국가기록원이 제안한 비전미션()국가기록원개별 기관의 것이 아닌 국가기록관리를 아우르는 것임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비전 설명문에 등장하는 우리의 실체는 불분명하다. ‘우리란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인가. 포괄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혁신의 대상 또한 모호하다.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미션은 누구를 향한 것이고, 누가 이것을 수행할 것인가.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료하다. 선언은 아름답지만 권태롭고 구호는 나열되어 있다. 이 아름다운 수사의 도열에 구체성은 없다. 누구도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역사가 기록을 통해 체계적으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무엇을 위한 미션과 비전이고, 그것은 국가기록원을 포함한 기록공동체에 어떤 행동을 요청하는 것인가. 국가기록관리의 현실과 전망이 어두웠던 지난 10여 년 동안에도 기록관리에 대한 아름다운 말들은 늘 등장했다. 그것뿐이었다. 다만 말들은 현실을 외면하고 겉돌았다.

 

비전과 미션을 만들기 위해 조직은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해야 한다. 그것은 미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 기록인은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비전미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국가기록원은 지난 10여 년 동안의 기록관리 폐단에 대해 원장의 사과 퍼포먼스 외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백서 운운했던 일은 어찌되었는지 말도 없고, 해명도 없다. 대통령기록유출논란에 개입했던 모 연구관은 인사조치가 있은 후 1년도 되지 않아 본원에 복귀했다.” 이것이 한 두 사람만의 생각은 아닐 것 같다.

 

설문조사 이후 결과는 어떻게 반영되는지, 채택되지 못한 개별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의견을 모을 것인지 의문은 남는다. 이 과정을 얼마나 매끄럽게 진행하는가는 국가기록원에 대한 또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최근 국가기록원은 현장과 소통을 하겠다면 여러 가지 정책결정에 설문조사를 도입하고 있다. 가장 가까웠던 설문조사는 기록관리평가 방법 혁신에 관한 것이었다. 이미 설문이 아니더라도 기록공동체에서는 뜨거운 의견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제출되었던 의제가 아니었나. 새로운 설문조사보다는 지난 논의를 샅샅이 조사,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혁신을 위한 설문조사는 퍼포먼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설문의 결과가 정책 결정과 판단을 돕는 도구 중 하나로 기능하되 결정의 절대적 기준이 되어서도 안 된다. 퍼센티지의 근소한 차이로 을 결정하는 것은 정책기구가 할 일이 아니다.

 

현실을 나른하게 보지 않기를 바란다. 기관이 스스로 무엇을 앞세워야 하는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자성을 앞세워야 한다. 과정은 고될 것이고 결정은 더딜 수도 있다. 그래도 그것이 먼저이다. 그것이 없다면 이후는 모래성이다. 국가기록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