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이 만들어가는 칼럼 '아키비스트의 눈' 입니다.

 

'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20-01)은 기록인님께서 보내주신 [진정으로 대통령기록을 지키는 길] 입니다. 황교안 권한 대행의 박근혜기록물 이관 및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정기록물 지정’과 관련하여 대통령지정기록제도에 대한 고찰과 진정한 대통령기록관리 발전에 대한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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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의 공식의견과 무관함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20-01)

 

 

진정으로 대통령기록을 지키는 길

 

 

기록인

 

 

 지난 4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6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간 참사 당시 7시간의 대통령 행적, 구출과 관련된 상황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었지만, 아직 많은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그 대응 과정이 더 소상히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국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요구하는 개인 및 단체들은 참사 당시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의 공개를 요구해 왔다. 먼저 녹색당, 정보공개센터 등은 황교안 권한 대행의 박근혜기록물 이관 및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정기록물 지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면서 헌법소원 심판(2017헌마359)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관행위나 지정기록물 지정은 국가기관 사이의 내부적, 절차적 행위로서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과는 별도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된 대통령지정기록의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소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의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소송이다. 현재 1, 2심을 거쳐 대법에서 상고심을 진행 중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에서 진행된 제1(2017구합66596)은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에 청구한 ‘4.16.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실, 국가안보실에서 세월호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공무 수행을 위하여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의 목록에 대해 이것은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지정기록물의 목록 공개를 판시한 바 있다. ( https://www.lawtimes.co.kr/Case-Curation/view?serial=144796 ) 이와는 달리 2심은 대통령기록관장은 대통령기록물의 일반적인 관리업무 권한만 있을 뿐 지정에 대한 어떠한 권한도 없고, 이에 대한 공개 결정권도 없으므로 대통령기록관장의 이를 근거로 한 비공개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 https://www.lawtimes.co.kr/Case-Curation/view?serial=21805&t=c )

 언론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대법원 상고심에 원고인 송기호 변호사는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37341.html )상고이유서에서, 정보 비공개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2심을 유지할 경우 국민의 정보 접근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위법한 지정행위를 남발하는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송기호 변호사는 황 전 대행은 봉인을 해제할 권한이 있다. 봉인을 즉시 해제해 진실규명에 협력하기를 요구한다고도 했다. 또한 새로 구성될 21개 국회는 3분의 2 찬성을 통해 세월호 문서 공개를 첫 번째 의안으로 의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말했듯이 세월호와 관련된 진상을 밝히는 것은 많은 국민들의 요구다. 기록관리의 목적 중 하나가 투명한 행정 구현인 것을 생각해 볼 때, 기록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일조하는 것은 기록관리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중요한 과제다. 또한, 많은 기록전문가들이 합리적으로 의심했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등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은 기록관리의 의무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록을 통한 세월호 진실규명과 함께, 당시 부실했던 대통령기록관리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록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상고이유서에 등장하는 몇 가지 지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다. 대통령기록관리제도의 취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인 대통령지정기록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지정기록제도는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 17조에 명시되어 있다. 먼저 제1항은 대통령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통령기록물(이하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 한다)에 대하여 열람사본제작 등을 허용하지 아니하거나 자료제출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수 있는 기간(이하 "보호기간"이라 한다)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하여 지정기록의 지정 권한이 대통령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다음 1~6호는 지정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군사 외교에 관련되어 공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공개될 경우 국민경제 안정을 저해하는 기록물, 정무직 공무원의 인사 등에 관한 기록이다. 상당히 폭넓게 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3항에서는 기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15,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은 30년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항에서는 특별히 열람 및 사본제작이 가능한 경우를 명시하고 있는데 국회의원 3분의 2 찬성의결이 이루어지거나(헌법개정의 정족수도 재적 의원의 3분의 2로 규정되어 있다),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한 경우, 대통령기록관 직원이 업무 수행상 필요한 경우 등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바로 국회의원 3분의 2 찬성의결 규정을 근거로 21대 국회에 세월호 관련 지정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다. 5항은 전직 대통령이 열람 후 비밀이 아닌 내용을 공표한 경우, 보호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규정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지정기록 제도는 공개될 경우 국가운영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기록물 등에 한해서 강력한 보호조치를 취하는 제도다. 그렇기에 그 지정의 권한은 온전히 대통령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만 본다면 지정기록제도는 그 지정기록이 담고 있는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만들어지게 된 취지를 살펴보면, 비단 지정기록제도가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알려진 것처럼 한국에서 대통령기록관리가 초보적으로나마 시작된 것은 2007년 대통령기록물법이 제정된 이후다. 그 이전 대통령기록은 현재 대통령기록관에 보존된 기록의 수량이 말해주는 것처럼(노무현 대통령 이전 대통령의 기록을 모두 합해도,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기록의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대통령 퇴임 이후 개인 사유물처럼 사적으로 보관되어 왔다. 국정의 최고 결정 과정이 담긴 기록이 생산되지도 않고, 관리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물론 당시 기록관리에 대한 인식이 낮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록을 남김으로 인해 정치적 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한 기록 생산자들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대통령기록물법 제정 당시도 이런 우려를 고려해, 특정한 기록의 경우 거의 공개가 불가능할 정도의 보호를 보장하고, 그 대신 기록의 적극적인 생산 및 보존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바로 지정기록 제도이다. 비록 15년에서 30년 동안 철저히 비공개를 유지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그 기록이 남아있다면 진상을 규명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록이 생산되지 않거나, 폐기된다면 역사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 일정 기간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해서 궁극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역설적인 제도인 것이다.

 

 지정기록제도를 이렇게 기록생산자에게 기록보호에 대한 신뢰를 약속하는 제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정보공개 소송도 공개가 즉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은 아닐 수도 있다. , 역설적으로 지정기록이 빈번하게 공개된다면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록의 생산이 줄어들어 국민의 알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법에서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지정기록물을 열람하는 경우에도 헌법 개정과 같은 정족수로 지정기록의 공개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검찰의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은 대통령기록제도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준다. 정상적인 대통령기록관리제도 하에서, 지정기록은 국회나 검찰 등 타의에 의해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퇴임 후 열람권이 있는 전직 대통령이 활발한 열람을 통해 지정기록을 스스로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법은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현재 법령에서도 대통령지정기록을 보호 기간 전 해제하는 것은 열람권자가 공포한 경우에 의해서 한정하고 있으며, 2018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안은 전직 대통령이 공표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직접 지정기록물을 해제하는 권한을 담고 있다. , 지정기록의 공개는 직접 지정한 대통령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바로 이러한 권한이자 의무를 행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장치가 개별대통령기록관이다. 개별대통령 기록관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인 열람권 보장이다. 전직 대통령은 통합 대통령기록관이 아니라 자신의 기록물만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개별대통령기록관에서 지정기록을 열람하고, 해제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개별대통령기록관 설립 실패는 그저 기록관 건립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 후퇴로 이해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검찰에 의한 열람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그 사본이 어떻게 보존,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기록물을 이관받고 관리하는 국가기록원 및 대통령기록관이 아무리 생산기관을 설득해도 적극적인 기록생산 및 이관은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기록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이는 대통령기록관리의 관점에서 이는 적절치 않다. 현재 상반된 판결을 한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의 판단 중에서 정보 비공개를 유지한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더 수긍이 간다. 2심 재판부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대통령기록관은 지정기록에 대한 어떠한 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개할 권한도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기록에 대한 아카이브의 결정권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정기록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다. , 지정기록은 그 내용이 지정기록 지정 요건에 맞는 경우에만 지정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 지정권자가 지정했다면, 그것을 바로 지정기록으로 유지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지정권자의 지정이 아카이브의 어떤 결정으로 번복될 수 있다면, 지정기록제도의 핵심이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심 재판부의 대통령기록관은 권한을 갖지 못한다는 말은 대통령기록관은 지정권자의 지정을 온전히 보호해야 한다로 읽어야 한다.

 

 송기호 변호사는 황교안 대행이 지정을 해제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명백한 법령에 대한 오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황교안 대행이 기록물을 지정하는 것에 대해 많은 기록전문가들이 그것이 대통령기록물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지정은 이루어졌고, 앞서 언급한 헌법재판소 결정은 그 행위가 국민의 알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통령 궐위 시 누가, 어떻게 지정 권한을 행사할 것인지는 분명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지정한 지정기록물은 지정기록물로 인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제5항에 의하면 이 지정기록을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전직 대통령과 그가 지정한 대리인이 공표할 때뿐이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2조는 전직대통령이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재직하였던 사람으로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이 대통령의 범위에 대통령권한대행이 포함된다고 정의하고 있는 것과 달리 명확히 선출된 대통령만 규정하는 것이다. 또 대통령기록물법 제18조 제2항은 대리인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 6조 제1항에 따른 비서관 중 1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전직대통령법 제7조 제2항은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는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를 제외하고는 예우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핵된 18대 박근혜의 경우 결국 대리인을 지정할 수 없는 것이다. , 황교안 권한대행의 경우 전직 대통령도 아니며, 그 대리인도 될 수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지정을 해제할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또한, 대통령의 궐위시 지정기록 지정의 문제는 대통령기록물법의 개정 등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다.

 

 새로운 국회가 시작되면, 국민적 요구라는 명분을 내세워 세월호 관련 지정기록을 공개하자는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국회가 3분의 2 의결을 통해 지정기록물을 공개하는 것도 철저한 보호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는 지정기록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하지 않다. 또한, 국회가 세월호 관련 지정기록물을 공개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지정기록에 접근하지 못한다고 이해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언론에 따르면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지난 7월부터 서울고등법원장의 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 https://newsis.com/view/?id=NISX20200416_0000995806&cID=10201&pID=10200 )

 대통령기록물법에 명시된 지정기록 열람조건인 고등법원장의 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사실을 볼 때 지정기록물을 열람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검찰의 빈번한 지정기록열람의 문제점 여부와는 별개로 이미 검찰이 지정기록을 수사에 활용하고 있는 상황은 국회가 별도로 지정기록을 공개 요구할 필요성이 적다는 것은 말해준다. 오히려 국회가 지정기록을 열람하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진정 국민의 알 권리를 생각한다면 국회가 우선 해야 하는 일은 지정기록제도의 취지를 더 잘 살릴 수 있도록 대통령기록물법을 개정하는 일이다.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정된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21대 국회는 다시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전직 대통령에게 지정기록물의 해제 권한을 명시하는 것, 대통령기록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위해 국가기록원 소속기관에서 분리하는 것, 지정기록을 검찰이 마음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열람한 기록은 반환하게 하는 것 등 대통령지정기록을 열람하는 것보다 대통령기록관리 발전을 위해 해야 할 것은 훨씬 많다.

 

 지정기록과 관련된 문제는 기록관리적 접근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기록관리전문가들은 지정기록제도의 취지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누락 없는 기록 생산 및 이관을 보장하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치권은 지정기록을 보호하는 것이 성숙한 정치문화의 척도라는 관점에서 논의를 모으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국민들은 권한을 갖고 있는 대통령기록생산기관, 국가기록원 및 대통령기록관 등에 끊임없이 진정한 대통령기록관리 발전을 위한 노력을 요구해야 한다.




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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