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아키비스트의 눈] 코로나 사태로 본 기록정보전문가의 역할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2020. 5. 22. 17:17

회원이 만들어가는 칼럼 '아키비스트의 눈' 입니다.

'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20-03)은 왕샤이님께서 보내주신 [코로나 사태로 본 기록정보전문가의 역할] 입니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이슈를 지켜보면서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기록정보전문가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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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20-03)

 

 

코로나 사태로 본 기록정보전문가의 역할

 

 

왕샤이

 

 

 코로나 사태는 대부분의 행정기관에서 모든 자원(예산, 인력, 시설 등)을 방역 및 감염방지에 쏟아부어야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태가 언제쯤 진정될지 모르겠지만 행정업무의 정상화는 아직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몇몇 이슈를 지켜보면서 뜬금없이 기록정보전문가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그 계기는 확진자 동선 및 신상 공개로 인한 개인정보 문제이다.

 

 확진자와의 접촉여부 확인 및 접촉공간 방역을 위해 세세한 이동 경로를 시분 단위로 공개하는 건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확진자의 종교시설, 체육시설 참여 등 개인의 신앙과 취미활동이 공개되면서 확진자를 비난하는 전 국민적인 신상털기가 성행하였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확진자 소식이 종종 들린다.

 

 그렇다고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동선을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가 어려운 게 신천지 사태 등에서 확진자의 거짓 진술과 방역 비협조로 코로나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사태를 우리는 체감하였다.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를 기록정보전문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세종청사 공무원의 확진이 늘어나자 이 시국에 회식한 거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리고 어느 신문 기사에서 관련자의 회식 여부를 묻자 그런 것까지 밝힐 의무는 없다는 식의 보도가 있었고, 이로 인해 공무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온라인에서 성행하였다. 평상시라면 공무원의 회식 여부는 공익과 전혀 상관없고 공개할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와 같이 회식이 대규모 감염의 발원지라면 이는 공익을 위해 밝혀야 하는 정보일 수 있다.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신천지 신도, 줌바 댄스 수강, 유흥업소 방문 등 개인의 민감한 정보들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별다른 고민 없이 정부에서 공개하였다고 생각한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

 

 민감 정보의 공개는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 판단자는 대통령, 시장, 기관장 등이며 이들은 공개/비공개의 장단점을 모두 검토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검토를 위한 자료제공 및 조언이 충분치 않으면 최종판단자는 잘못된 믿음과 확신 혹은 불안감을 가지고 민감 정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기록정보전문가는 과거와 현재의 유사 사례*를 정리하고 분석하여 최종판단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유사 사례는 사스, 메르스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

 

 이는 기록정보전문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공공기관에 배치된 기록정보전문가는 그 쓰임새가 오래된 기록의 폐기에만 머물러 있다고 단언해도 될 정도이다.

 

 어째서일까? 이는 기록정보전문가의 기관 내 입지와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기록정보전문가는 대부분 실무자로 업무를 하고 있으며 이 위치에서는 정무적 판단자인 기관장을 직접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설령 정무적 판단을 위한 자료제공을 요구받더라도 이는 수많은 중간라인의 검토자를 거치면서 기관장 입맛에 맞는 자료로 탈바꿈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자료는 오히려 기관장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록정보전문가의 위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최종판단자에게 다이렉트로 정보를 제공하는 위치에 있어야 기록정보전문가의 역할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지금의 기록정보전문가를 모두 승진시키자는 얘기는 아니다. 기록정보전문가의 존재가 단순히 실무차원의 기록정보관리만 위해서가 아니라 실무경험을 충분히 거친 후에는 정무적 판단에 필요한 중요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많은 경험과 유능한 역량을 가져도 공공기관의 기록정보전문가는 실무자에서 평생 머무르는 지금의 잘못된 구조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신세 한탄일 수도 있으나 필자가 현 기관에 취업했을 때 실무자였던 수많은 행정직(7,6)들이 15년이 지난 지금은 과장급이 되어 기관장과 독대할만한 위치에 이르렀다. 이 기관에서 15년 전의 위치에 머무른 존재는 오로지 기록정보전문가인 내가 유일하다.

 

PS :

 혹시라도 국가기록원 혹은 국가기록원장이 기록정보전문가의 이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가기록원은 10년 전의 과거의 기록을 이관받아 관리하는 곳이기에 과거와 현재를 아우를 역할은 담당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서울기록원, 경남기록원도 마찬가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