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록전문가협회 논평 2020-02]

   

국가기록원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비밀기록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비밀기록제도는 외교, 안보, 국방 등과 같이 국정 운영과 관련한 핵심정보를 일정 기간 동안 국민의 접근을 제한하여 국가 운영에 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다. 국가 운영에 관한 핵심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에 국민의 접근 제한은 공개될 경우 국가 운영이 극도로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국민의 정부 정책에 대한 참여 의지가 높고, 민주주의가 발전한 국가일수록 비밀의 생산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생산된 비밀이라고 할지라도 빠른 시일 내 국민에게 공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비밀기록의 특성을 무시하고, 비밀기록을 보안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17일 국가정보원은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18(예고문)을 개정했다. 주요 내용은 비밀기록을 생산할 때, 비밀의 보호기간을 명시하기 위한 예고문 작성 방법을 변경한 것이다. 기존에는 예고문 작성시, 보호기간이 만료되면 일반문서 등으로 재분류하는 경우만 명시할 수 있었다. , 보호기간이 만료되면 일반문서로 재분류되어 기록관리되는 것이다. 그런데 개정을 통해 보호기간 만료시에도 경우에 따라 비밀인채로 기록관 이관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기존에 일반문서만 관리 및 보존하던 각급 기관의 기록관은 경우에 따라 일반문서로 재분류되지 않은 비밀기록을 보존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관리상의 작은 변화로 보이는 이 개정은 실제로는 비밀기록의 생산, 일반문서 재분류, 공개에 이르기까지 비밀기록 관리업무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공기관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 구현과 공공기록물의 안전한 보존 및 효율적 활용이라는 기록관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밀기록과 관련된 제도는 매우 중요하다. 보안의 관점에서 생산된 비밀기록을 기록관리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과 절차가 필요하다. 각급 기관에서 이러한 업무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곳은 기록관이다. 기록관은 비밀에서 일반문서로 재분류 된 기록을 이관 받아, 국민에게 적절히 공개 할 수 있도록 여러 기록관리업무를 담당한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의 공공기록물법은, 비밀기록이 비밀인채로 기록관으로 이관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기록관으로 비밀이 이관되어, 국민에게 기록의 생산 여부마저도 비공개된 채 폐기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원칙이 무너진다면 기록관은 그저 보호가 필요한 비밀을 더욱 깊숙한 서고에 보관하는 역할만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까지는 처리과에서 기록관으로 기록을 이관하기 위해서라도 비밀기록은 일반기록으로 재분류되어야 했다. 개정 조항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굳이 일반기록으로 재분류할 필요 없이 비밀기록 상태로 기록관으로 이관 가능하며, 이렇게 되면 비밀기록의 일반문서로의 재분류 비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비단 이러한 문제가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의 개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입법예고한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서 국가기록원은 "기록관으로 이관하여야 하는 비밀기록물의 범위에 대한 해석상 논란이 있어 '예고문에 의하여 비밀 보호기간이 만료된 기록물''보안상 이유로 일반문서로 재분류할 수 없는 경우'로 개정하려 했다.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이 개정된 것과 같이,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의 해당 조항이 개정되었다면, 비밀기록의 기록관 이관이 다름 아닌 공공기록물법령에 의해 가능하게 될 것이었다. 더 나아가 비밀이 이런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기록관으로 이관된다면, 향후 어느 시점에 비밀과 관련된 규정에 근거하여 국민에게 공개되지도 않은 채 폐기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 이번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에서 이 내용은 제외되었지만, 국가기록원은 이 사항이 기록관리의 목적에 명백하게 반하는 것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향후 개정에서 포함되지 않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사례는 비밀기록의 관리에 있어 기록관리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게 제도를 다듬어야 할 국가기록원이 오히려 비밀이 더욱 광범위하고, 오랜 기간동안 존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만들어주려는 시도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비밀기록과 관련된 제도는 우선, 보호기간이 합리적으로 책정되어야 하고, 보호기간 중에는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목적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보호기간이 종료되면, 절차에 따라 즉각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적 또한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가기록관리 주무기관인 국가기록원은 각급 기관에서 비밀기록이 관리되고 있는 실태를 면밀히 살피고, 제도의 변화로 인한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 조사해 보아야 한다. 일반기록과 달리 생산 및 관리가 별도의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비밀기록은 그 제도의 변화에 더욱 신중하여야 한다. 또한 비밀기록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유관법령의 개정 상황도 면밀히 주목해야 한다. 이번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개정도 국가기록원 차원의 대응이 아니라 현장의 제보로 문제 제기되었다. 이는 국가기록원이 비밀기록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의 연관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기록원은 이제라도 기록관리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비밀기록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미 시행된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이 현장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규정을 명확히 해석하고, 국가정보원과 협의하여 재개정하는 것도 추진하여야 한다. 또한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장기적으로는 비밀기록의 생산, 관리, 활용 등을 포괄하는 법률의 제정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밀기록법의 제정은 결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정의 중요 정보가 담겨 있는 기록을 후대에 전달한다는 기록관리의 목적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비밀기록을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도록 관리하는 일은 국가기록원만의 몫은 아니다. 기록전문가를 포함한 시민사회, 정치권 등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모든 분야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앞으로 비밀기록과 관련된 제도를 보다 체계적으로 만드는데 더욱 관심을 기울일 것이며,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다짐한다.

 

   

20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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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기록전문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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