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Kore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rchivists

NOTICE/아키비스트의 눈

[아키비스트의 눈] 하루 두 번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무엇이 문제인가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2022. 8. 24. 17:41

회원이 만들어가는 칼럼 '아키비스트의 눈' 입니다.

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22-04)은 익명님께서 보내주신 [ 하루 두 번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무엇이 문제인가 ]입니다.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및 기록물 보호 등에 대한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 본 칼럼은 한국기록전문가협회의 공식의견과 무관함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 '아키비스트의 눈'은 기록관리와 관련된 우리의 생각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투고를 원하시는 회원님들께서는 karma@archivists.or.kr로 메일 주시거나 아래 바로가기(구글 DOCS)를 이용하셔서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실명이 아닌 필명(예명)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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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 하루 두 번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무엇이 문제인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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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비스트의 눈(칼럼 2022-04)

 

하루 두 번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무엇이 문제인가

 

2022.8.22.

익명

 

언론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9일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제19대 문재인 전 대통령 기록물이 이관되어 보존되고 있는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오전에는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지시사항이 담긴 대통령기록물을 확인한다는 명목하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오후에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역시 당시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이 담긴 대통령기록물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007년 대통령기록물법이 시행되고 15년간 11(다수의 언론은 8,9번째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조영삼의 논문 대통령기록관리 제도 개선 현황과 향후 추진 방향’, 기록학연구, 2020., p.73. 에 따르면 그간 10번 검찰에 의한 열람이 이루어졌다. 논문 작성 시점 이후 ‘21.6.28.~6.29.까지 세월호 관련 압수수색이 이루어져 지금까지 총 11회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었는데, 2번의 압수수색 시작이 단 하루에 시작된 것이다.

 

 

검찰의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한 잦은 열람은 경향신문 사설(‘같은 날 두 차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나선 검찰‘, 2022.8.19.,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208192035015)이 말하듯이, ‘시대를 증언하는 귀한 사료인 대통령기록물이 남는 데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해15(사생활 관련 최장30)까지 공공기록물에 비해 강력한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은, 기록물의 공개로 인해 미칠 정치적 악영향을 우려하지 말고 대통령기록물을 폭넓게 남기라는 취지다. 이렇게 하루 두 번씩 대통령의 의사결정과정이 담긴 대통령지정기록물이 검찰에 의해 열람된다면, 향후 우리가 대통령의 의사결정과정을 기록물로 확인하고, 역사로 평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의 정치적 통제를 받는 국회의 경우 그 열람 조건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열람 동의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조영삼의 같은 논문에 따르면 그간 국회에 의한 열람은 2차례다.) 상대 정당에 의해 제한 등을 받기에, 열람 및 복사한 기록을 특정 의원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의 일탈이 일어나기 힘들다.(실제 2013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지정기록물 열람 시 국회는 여야위원들을 포함하여 함께 열람하였다) 그러나 검찰에 의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은 사정이 다르다. 검찰이 지정기록물 사본을 압수수색하여 수사에 활용한 후, 그 기록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제대로 파기하지 않는다면, 검찰 내부의 일을 실제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2020년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제5(4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라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사본을 제작하거나 자료를 제출받은 자는 같은 항 제1호 또는 제2호에 따른 목적에 한정하여 이를 활용하여야 하며, 목적이 달성된 후에는 지체 없이 이를 대통령기록관의 장에게 반납하여야 한다. 이 경우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돌려받은 사본 또는 자료를 즉시 폐기하여야 한다.)을 신설한 바 있다. 19일 시작된 검찰의 대통령지정기록물 압수수색은 제17조 제5항이 신설되고 처음으로 이루어진 압수수색이며, 언론에 따르면 이번 강제 북송 사건 압수수색의 경우 사본 제작도 영장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된 조항에 따라 대통령지정기록물 열람 등을 집행하는 대통령기록관은 열람 장소 협의, 사본 기록물의 회수 확인(대통령기록물법 제10, 10조의2) 등을 시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소속기관인 대통령기록관 행정절차로는 제17조 제5항이 추구하는 입법취지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 이번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단순히 대통령지정기록물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다양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국회, 시민사회, 언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번 압수수색과 향후 사용이 적법하게 이루어지는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검찰이 확보한 기록을 법령에 맞게 사용하고 더 이상 남기지 않는지, 목적 외로 사용하지 않는지 등에 대한 확인을 요구해야 한다.

 

검찰의 지정기록물 압수수색과 수사상의 활용에 있어서 더 고민해 보아야 할 지점도 있다. 현재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기무사령부의 댓글 공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전 청와대 홍보수석 산하 비서관들 재판에서는 증거로 제출된 대통령지정기록물의 피고인의 복사 여부를 두고 변호인들이 공방을 벌인 바 있다.('MB정부 기무사 댓글' 첫 재판대통령 기록물 복사 공방, 2020.5.22. 뉴시스, https://newsis.com/view/?id=NISX20200522_0001033564) 이는 근본적으로 지정기록물에 대한 엄격한 보호를 취지로 하고 있는 대통령기록물법과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266조 제3(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검사에게 공소 제기된 사건에 관한 서류 등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의 규정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 재판에서는 판사가 재량으로 복사 후 1심 판결 후 즉시 회수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앞으로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재판이 계속 사용된다면 언제라도 다시 제기될 수 있는 쟁점이다. 대통령기록물법이 규정하고 있는 제출기관에 대한 통제로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통령기록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11,163,115건의 기록물을 생산하여,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 2007년 대통령기록물법이 제정 된 이후 전임 대통령들도 수량과 종류에 차이는 있지만 이전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수량(대통령기록관 기록물 현황 참고, https://www.pa.go.kr/portal/info/report/recordReport.do)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 전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보호한다는 대통령기록물법의 취지를 신뢰한 결과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대통령기록물을 시대를 증언하는 귀한 사료로 남기고자 한다면, 근본적으로는 잦은 검찰의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한 접근을 법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또한 2019년 실패한 개별대통령기록관을 설립하여 개별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보호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 재임 중 안심하고 폭넓은 기록을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장기적 과제와 함께 지금 당장은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것처럼, 지금부터 법령에 규정된 사후 관리 규정을 준수하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