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3. 15:46ㆍ논평
[기록관리단체협의회 논평]
국정기록비서관 임명을 환영하며,
하루속히 기록공동체와 소통하기를 기대한다.
지난 6월 6일 대통령실은 “국정을 충실히 기록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사라졌던 ‘국정기록비서관실’을 설치했다. 그러나 설치 이후 진척은 없었다. 3개월이 지난 최근에서야 국정기록비서관이 임명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기록비서관실 설치와 충실한 운영은 대통령실 내부 기록관리 강화를 넘어, 정부가 정책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기록·공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정부 기록관리 경시가 초래한 문제를 똑똑히 경험했다. 국정기록비서관 임명을 시작으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의 충실한 기록화가 가능할 뿐 아니라, 기록관리, 정보공개 등 국정과제의 적극적 추진도 기대된다. 이제라도 국정기록비서관이 임명된 것을 우리 협의회는 진심으로 환영한다.
신임 국정기록비서관 앞에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먼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국가기록관리 체계를 재건해야 한다. 지난 계엄사태 직후 우리 협의회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고 계엄과 관련된 기록을 철저히 관리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늦게나마 기록물 폐기금지, 현장점검 등이 이루어졌으나, 이후 대통령 탄핵, 대통령기록물 이관 등의 과정에서 주요 생산기관에 대한 부실 점검, 기록물 무단 파기, 이관 기록물 수량 부풀리기, 중요 행정정보데이터세트의 미이관 등 여러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결국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해당 기관을 책임지는 국가기록원장, 대통령기록관장의 부적절한 발언과 대응은 신뢰 상실을 가속화시켰다.
국가기록관리 신뢰회복의 첫걸음은 그동안 원활하지 못한 전문가단체, 학계, 관련 시민단체 등과 소통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지난 정부 국가기록원 및 대통령기록관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은 생략되거나 형식적으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정책결정은 매번 기록공동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국가기록원이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위상과 역할을 유지하기 어렵게 했다. 이러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국가아카이브가 다양한 기록관리 주체와 소통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국정기록비서관실의 의지가 중요하다. 기록관리 담당 비서관이 처음 설치된 제16대 참여정부부터 제19대 문재인 정부까지 기록관리 담당 비서관실은 그저 기록관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을 넘어, 국가기록관리에 국민과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관련기관과 관계를 조율하고, 기록관리 실무 진행 과정을 점검하는 등 국가기록관리 정책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주요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늦었지만 이번 제21대 대통령실 국정기록비서관실도 이러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우리 협의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록관리 주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국가기록관리 정상화를 이끌어야 한다.
기록공동체와 소통을 기반으로 국정기록비서관실은 하루빨리 이재명 정부의 기록관리 정책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정보공개 및 기록관리 강화’를 수행하기 위해서도 시급하다. 먼저, 멈춰버린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의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특히 기록공동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록관리법 개정을 멈추지 않을 뿐 아니라, 공감대 형성이 전혀 되지 않은 시행령 개정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국가기록원의 행태는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1월 6일 우리 협의회는 국가기록원이 제출한 공공기록물법 개정안이 ‘전문성이 배제되고,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독단적’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바뀐 지금까지 국가기록원은 그 어떤 소통의지나 입장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기록원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국가기록원의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시급한 이유다. 대통령기록관의 리더십 공백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 행정관료 출신인 전임 이동혁 관장은 관장직을 수행하며, 국회에서 전문성 없는 발언 등으로 대통령기록관리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손상시켰다. 민주주의 회복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기록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대통령기록관리가 민주주의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비전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대통령기록관리를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아카이브의 리더십이 다시 회복된 다음에야 국정기록비서관실의 기록관리 혁신 방향도 현실화될 수 있다.
국정기록비서관실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서관실 내에 정책, 소통 등을 담당하는 기록관리전문가 출신 행정관 배치가 필수적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대통령실 직원 명단 등 정보를 종합하면 현재 국정기록비서관실은 이를 담당할 수 있는 기록관리전문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록관부터 아카이브 단계를 아우르는 실무를 이해하고, 기록공동체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하며 이번 정부 기록관리 정책방향을 수립하고, 그 진행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전문가 배치가 절실하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 이후 어떤 정부보다도 업무 과정을 공개하는 데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려왔다. 국무회의를 국민에게 실시간 공개하고, 역대 어느 정부도 공개하지 않았던 대통령실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집행 정보뿐 아니라, 전임 정부가 대법원 결정까지 불응하며 공개하지 않았던 대통령실 실무 직원 명단까지 공개했다. 이러한 노력이 그저 집권 초기 홍보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민주주의 회복에 필수적인 기록물의 철저한 관리와 이관 등으로 이어지려면 국가아카이브의 정상화, 국가기록관리체계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국정기록비서관실의 의지와 전문성은 필수적이다.
우리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국정기록비서관실이 소통의지를 보인다면 언제든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진심어린 관심과 조언으로 응답할 것이다. 국정기록비서관 임명을 다시 한번 환영하며, 하루 속히 소통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2025년 10월 13일
기록관리단체협의회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한국기록전문가협회
문화융복합아카이빙연구소
한국 기록과 정보·문화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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