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단체협의회 논평] 국회기록원법 제정을 환영한다

2025. 10. 28. 17:30논평

[기록관리단체협의회 논평]

 

 

국회기록원법 제정을 환영한다

 

 

지난 1026, 국회의장 직속으로 국회기록원을 신설한다는 내용의 국회기록원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지난 723일 국회의장 제의로 국회운영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3개월만이다. 우리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국회기록원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한 바 있으며, 이번 법률 제정 역시 환영한다.

 

국회기록원법은 국회기록원의 조직과 직무를 규정하는 조직법적 성격의 법률로서 총 12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소규모의 법률이다. 그러나 법 제정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제는 제정 취지를 실질로 구현하는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국회기록원법의 제정 의의는 크게 독립성전문성의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독립성 측면에서, 국회기록원은 국회의장 직속의 차관급 기관으로 출발하게 된다. 이는 국회 기록관리 업무 전반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기존에도 국회기록물관리규칙에 따라 형식상 입법부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은 차관급인 국회도서관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국회도서관 소속 부서인 국회기록보존소가 국회기록관리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해왔다. , 현재 국회기록보존소는 국회 4개 소속기관 중 하나인 국회도서관 하위의 1개 부서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국회 내 각종 상임위원회를 비롯한 국회사무처 등 상급기관, 무엇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300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기록관리를 총괄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입법부의 독립성과 기록관리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조직위계상 독립된 위치에서 기록관리 업무를 수행할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이 필요하다. 우리는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인 국가기록원이 행정안전부 1차 소속기관이라는 이유로 행정부의 정치적 영향에서 국가기록관리 정책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수차례 목격해왔다. 2008년 대통령기록 유출 논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논란, 2018년 영포빌딩 문서 유출, 그리고 최근의 ‘12.3 계엄령 문건논란에 이르기까지 국가기록원과 대통령기록관이 보여준 모습은 기록관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어느 기관의 하부조직도 아닌 국회의장 직속 차관급 기관으로 국회기록원이 신설되었다는 것은, 입법부 기록관리의 독립성과 위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임이 분명하다.

 

두 번째, 전문성 측면에서 국회의원과 정당의 기록물을 수집·관리 대상으로 명시함으로써 보다 전문적인 국회기록관리가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기존 국회기록보존소는 국회사무처 등 소속기관의 기록관리에 집중하고, 정작 입법부 활동의 핵심 주체인 국회의원 기록물에 대해서는 법적인 근거가 미약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국회의 대수가 바뀌는 매 4년마다 국회의원 기록물의 무단 폐기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도되어 왔으나, 국회기록보존소 입장에서 의원실의 자발적 기증 외에는 기록을 확보할 별다른 수단이 없었다.

 

정당의 경우에도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공적 조직이지만, 그동안 공공기록물법상 공식적인 기록관리 대상으로 포함돼 있지 않아 중요한 정당 기록물이 사실상 방치되어 왔다. 정당의 활동은 입법과 정책 결정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번 법 제정을 통해 정당 기록물이 관리 대상으로 명시된 것은 기록관리 정책의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조치다.

 

물론 국회기록원법이 통과되어 시행되더라도 국회의원과 정당의 기록물을 이관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입법부 기록관리에 있어 커다란 공백 영역이었던 국회의원과 정당의 기록물이 관리 대상으로 명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제도적인 차원에서 큰 진전이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기록관리 전문가인 기록연구직을 과장(4)부터 실장(1)까지 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문직이 국회기록관리 정책 입안과 집행을 주도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 역시 전문성 확립의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더불어 지난 7월 국회 토론회 이후 법률 제정 과정에서 토론회 결과를 반영하여 국회기록원장의 의무로 국회기록물의 공개와 활용을 강조한 것도 국회기록관리의 전문성 확립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다만, 이번에 제정된 국회기록원법은 조직의 설치에 방점을 둔 조직법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국회기록관리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절차가 매우 소략하다. 향후 국회기록원은 기록학계를 포함한 시민사회 영역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회의원(), 정당, 국회 소속기관, 주권자인 일반시민 등 입법부와 관련된 주체가 생산하는 기록이 체계적으로 기록화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절차법 제정과 하위 규칙의 정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국회기록원은 전문적인 아카이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국회 내·외부에서 치밀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이 통과된 시점에 즉시 국회 내부 구성원과 외부의 전문가가 모여 국회기록원 설립을 위한 추진 주체를 구성함으로써 조직(인력), 예산, 공간, 사업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기록관리계는 정책결정자의 의지가 분명할 때 빨리 추진하지 않아 좌초된 경험을 수없이 겪어왔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기록관리 업무 수행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신속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회기록원 직제제정을 통해 기록관리 전문인력인 연구직렬의 채용배치를 최대화함으로써 기록관리 정책 수립, 기록 수집, 분류평가, 정리기술, 기록 열람 및 기록정보서비스 등 기록관리 업무를 차관급 조직답게 명실상부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처음 임명되는 초대 국회기록원장은 이러한 모든 과정을 국회기록원이 공식적으로 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4월 이전에 추진하여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기록은 민주주의의 기억이자 공공책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자산이다. 우리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대한민국 국회가 민의를 수렴하고 대변하는 기관으로서 설명책임을 다하고 민주주의 실현을 견인할 수 있도록, 국회기록원이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5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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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국회기록원법 제정을 환영한다_2025102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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