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19. 18:23ㆍ논평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 성명서]
제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기록관리과' 설치를 강력히 촉구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제3기 출범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2기와 단절 없이 제3기가 이어지는 점은 다행이나, 현재의 조직 편성 방향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의 공공기록관리 현장과 기록학계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록전문가들은 제3기 설립 준비 조직이 제2기에 이어 과거사 한시 조사기관에서 기록관리 기능의 핵심적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직제를 편성하고 있음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
2005년 12월 출범한 제1기 진화위는 직제규칙에 따라 ‘기록정보과’를 두고, ‘기록 및 자료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그 산하에 ‘기록정보관’을 설치하여 위원회 활동 기록과 조사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이용하도록 하였다. 이는 당시 다른 과거사 위원회와 동일한 수준의 인식이었다. 같은 해 5월 출범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자료관리과’를 설치해 기록의 보존·관리·정보화·열람·제공을 담당하게 했으며, 2006년 출범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역시 ‘기록관리과’를 두어 기록의 수집·분석·유지·정리·정보화·열람·제공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과거사 위원회에서 기록관리 전담 부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그러나 2020년 출범한 제2기 진화위는 직제에서 기록관리 기능을 사실상 배제하고 파견 공무원(기록연구사) 1인 배치에 그쳤다. 이는 조직 규모와 업무 성격에 비추어 현저히 불충분한 조치였다. 아직 제2기 진화위 기록관리의 최종적인 실태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제2기 진화위 종합보고서와 몇몇 조사관에 따르면 부실 판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사관들은 홀로 배치된 기록연구사가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기록관리 실태는 최소한의 업무에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최선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1명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우선, 조사관이 제출받고 수집한 조사기록을 중앙집중관리하면서 이를 기록관리 인력이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조사기록 멸실 위험에 대비할 수 없었다. 진화위 내에서 저장공간과 기록관리 인력을 배치할 여건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진화위 제2기는 단순 저장 용도로 행정부 공무원 업무용 자료 저장공간 G드라이브를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불행하게도 2025년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G드라이브가 전소됨에 따라 그곳에 저장된 진화위 조사기록 데이터도 전소되었다. 진화위 조사관들이 복구 노력을 했으나 완전 복구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단순 저장 전후의 업무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못했고, 해당 업무에 기록관리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에 대비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조사기록은 통일된 체계와 방법으로 정리·편철되어야 영구적으로 활용되는 데 용이하지만, 실제로는 교육과 지원이 부족하여 통일적으로 관리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시조사기관의 조사관들은 다양한 경험을 소지한 상태에서 긴급한 필요로 조직되었으므로, 기록관리의 통일성을 위해서는 교육·지원이 필수적이다. 기록관리 인력이 절대 부족했으므로, 기록관리의 지침은 작성되어 전달되었지만, 실무 수준에서는 통일적이지 못한 채로 정리·편철이 일단락된 것이다.
셋째,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제2기의 모든 기록은 제2기 종료 전까지 공개재분류를 완료하는 것이 의무이지만, 청산 업무가 시작되기 전까지 공개재분류는 진행되지 못한 것이 확인되었고,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공개재분류는 완료되지 않았을 것으로 파악된다. 공개·비공개 분류의 오류를 바로잡고 최대한 공개 또는 부분공개가 가능토록 모든 기록을 검토하는 법정 업무를 착수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제3기 진화위는 제2기에서 기록관리를 도외시하여 부실에 이르게 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며, 전부개정 과거사정리법 부칙에 따라 이관하지 않고 승계하여 관리해야 하는 제2기 기록의 보존 및 열람·제공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월 23일 입법예고된 시행령 전부개정안의 공무원 정원 관련 규정에서는 개선의 여지를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제3기 진화위는 기록관리과를 반드시 설치하여야 하며, 다음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첫째, 조사 지원 기능이다. 다양한 배경과 역량을 가진 조사관들이 조사 업무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록관리 인력이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보조 기능이 아니라 조사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지원 기능이다. 기록관리 인력은 교육과 실무 지원을 제공하고, 접수·수집 기록의 체계적 정리 및 색인 작성 등 조사관의 업무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실무를 수행함으로써 조사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한시조사기관에서 근무했던 기록전문가들 역시 조사국 단위로 최소 1명의 기록관리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다. 이는 현장 경험에 기반한 최소 인력 기준이다.
둘째, 제3기 진화위 기록의 관리 기능이다. 이는 통상 국가기관 기록관이 수행하는 기본적 기능에 해당한다. 다만 진화위의 경우 일반 행정기관보다 관리 난이도가 현저히 높다. 우선, 일반행정기록 생산시스템인 업무관리시스템을 활용하면서도 사안파일(case file) 성격의 조사기록까지 생산·관리 범위에 포함하여 통제해야 한다. 또한 상당량의 비전자기록을 전자적으로 관리 체계에 편입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아울러 행정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별정직 조사관들이 규정에 부합하도록 기록을 생산·관리할 수 있도록 상세한 지침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점검을 병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 보존·정리 기능을 넘어 생산 단계 관리까지 요구되는 업무이다. 특히 기존 기관처럼 기록이 기록관리과로 이관된 이후 사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록 생산 시점부터 통일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선제적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업무의 전문성과 조직적 지원이 더욱 요구된다.
셋째, 제2기 진화위 기록에 대한 잔여 업무 처리 및 대내외 열람·제공 기능이다. 제2기 기록을 현 상태로 방치한 채 제3기 종료 이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경우, 해당 기록은 공개와 활용 모두에 심각한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관리 수준이 최소한의 정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계 기관은 공개재분류, 정리·편철 등 미완료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 규정의 검토·정비부터 착수해야 한다. 업무의 범위와 난이도를 고려하여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정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선행해야만 제3기 활동 기간 중에도 제2기 기록에 대한 대내외 열람·제공 요구에 적시에 적정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법적·행정적 책임 역시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
넷째, 과거사연구재단 설립 준비와 관련된, 사료관 설치 준비 기능이다. 제3기 진화위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최후에는 과거사정리법 제55조에 따른 과거사연구재단 설립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사료관 설치 준비이다. 사료관의 기반이 될 사료·기록의 범위와 성격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부터 정책 연구와 법령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시설 설치 문제가 아니라, 기록의 보존·활용 체계를 새롭게 설계하는 제도적 과제이다. 이미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관련 한시조사기관 관련 법률은 조사기록을 포함한 기록의 사본을 추모 사업 활용 목적으로 추모 시설에 송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본 송부를 제도화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범위, 절차 등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와 정비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준비는 제3기 진화위에서 선제적으로 착수해야 한다. 과거사 및 참사 기록을 20년 가까이 이관·인수받아 왔음에도 제도 개선을 주도하지 못한 국가기록원에만 의존해서는 실질적인 진전이 어렵다.
이들 기능을 법정 조사기간 3년과 추가 연장 가능 기간 2년을 포함한 최장 5년 동안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력 규모가 요구된다. 이는 「정부조직관리지침」상 ‘과’ 설치 기준(10명 이상 원칙, 업무 성격에 따라 최소 7명 이상)을 충분히 상회하는 업무량에 해당한다. 따라서 기록관리과로 독립 설치하는 데 제도적 무리는 없다.
기록관리과 설치의 효과는 우선 제3기 진화위 조사 업무의 정확성과 효율성 향상으로 입증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한시조사기관에서도 기록전문가 배치의 효과는 조사관들의 경험을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기록을 선제적으로 디지털화하고, OCR(광학문자인식) 처리 및 체계적 색인 작성을 병행하면 조사관은 필요한 정보를 즉시 검색·활용할 수 있다. 이는 조사관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조치이다. 더 나아가 정비된 전자기록은 범정부적 AI 활용 환경과도 연계되어, 조사관이 AI 기반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 기반을 제공하게 된다.
기록관리과 설치의 효과는 위원회 종료 이후에도 지속된다. 2008년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기록이 과거사 위원회 기록 중 최초로 국가기록원에 이관된 이후 약 20년 동안, 과거사 기록은 피해자 권리구제와 현대사 연구 등 학술연구에 지속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은 생산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권한과 역할의 한계를 설명해 왔다.
제3기 진화위는 기록의 생산·정리·공개재분류 등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완료한 상태로 이관할 수 있도록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래야 제2기와 제3기 기록이 정상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다. 그 출발점이 바로 기록관리과의 설치이다.
우리 기록전문가들은 제2기 진화위에서 약화되었던 기록관리의 중요성이 제3기에서 반드시 회복되어야 하며, 그 출발점이 기록관리과 설치라고 판단한다. 이는 조직 정상화의 최소 조건이다. 특히 제3기에서는 조사 범위가 「사회복지기관, 입양알선기관 및 집단수용시설 등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까지 확대된다. 이는 기록의 유형과 생산 맥락이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짐을 의미하며, 이에 상응하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기록관리 기능이 필수적이다. 또한 향후 조사 업무에 AI 등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최소한 기계가독(machine-readable) 상태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기록관리과 설치는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미래 대응 전략에 해당한다.
제3기 진화위 출범과 동시에 기록관리과를 설치하는 특단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조치이다.
2026년 2월 19일
사단법인 한국기록전문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