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단체협의회 성명서] 기록관리의 독립성을 거스르는 공공기록물법 개정안, 국회는 즉각 재검토하라

2026. 9. 4. 11:50논평

[기록관리단체협의회 성명서]

 

 

기록관리의 독립성을 거스르는 공공기록물법 개정안,

국회는 즉각 재검토하라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대해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이미 2024년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록물법 개정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하였다. 당시 기록학계와 전문가단체는 정부안이 국가기록관리체계의 근간을 변경하면서도 기록관리 현장과 학계, 전문가단체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채 추진된 소통 부재, 행정 편의적 조치라고 지적하였다. 20251월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3차 성명서에서 기록관리 전문성이 배제된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독단적인 개정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의원입법으로 행안위를 통과한 개정안도 그동안 제기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쟁점까지 안고 있다. 정부안을 바로잡아야 할 국회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같은 방식을 반복한 것이다. 입법 주체가 정부에서 국회로 바뀌었다고 해서 졸속 개정 과정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록물관리 총괄·조정 권한을 행정안전부장관에게 넘긴 것이다. 1999년 제정된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은 제5조에서 기록물관리를 총괄·조정하기 위하여중앙기록물관리기관을 두도록 했다. 제정 당시부터 법은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을 국가 기록관리의 총괄·조정 주체로 규정했으며, 국가기록원 역시 기관 연혁에서 2004년 명칭 변경을 계기로 보존 중심 기관에서 국가기록 총괄 기관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조항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20248월 입법예고된 정부안 제9조는 행정안전부장관은 기록물관리를 총괄·조정한다고 규정하였다. 기록관리 현장과 학계, 전문가단체가 일제히 반대하였고, 해당 조항은 정부 최종 제출안에 담기지 않았다. 정부조차 거두어들였던 조항이 의원입법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역설은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과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국회는 국회기록원법을 제정하며 국회도서관 산하 조직으로는 기록물 관리 기능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히고, 2조에 기록원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입법부의 기록관리에는 독립성을 법률로 보장하면서 행정부의 국가기록관리에서는 장관의 권한을 키우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대한민국 기록관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발전해 왔다. 김대중 정부는 1999기록관리법을 제정하여 단절되어 있던 국가기록관리체계를 다시 세웠다. 노무현 정부는 국가기록관리혁신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기록관리 제도의 전면적인 혁신을 시도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 기록전문가를 국가기록원장으로 중용하며 국가기록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려 하였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추진되는 공공기록물법 개정이 그 흐름을 거슬러 행정안전부장관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지난 25년간 어렵게 쌓아 온 기록관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뿌리째 흔들고, 국가기록관리를 다시 1999이전의 총무처 정부기록보존소 수준으로 퇴행시킬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기록은 행정 편의를 위한 자료가 아니다. 권력을 기록하고, 정부의 책임을 증명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기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관리는 관리 대상인 행정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이 밖에도 개정안에는 준기록관의 신설, 민간기록물과 국외기록물의 정의 신설 및 국가의 관리 범위 설정 등이 포함되었다. 영구기록물관리기관으로의 이관과 관련해서는 현행 법률의 ‘30년 이상기준을 삭제하고, 이관 대상을 영구로 분류된 기록물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록물로 변경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변경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제시되지 않았으며, 이관 대상의 축소 가능성과 그에 따른 국가의 장기보존 책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와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준기록관 제도는 기록관과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제도의 근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민간·국외기록물에 관한 규정은 민간기록의 자율성과 국가의 관리 범위를 새롭게 설정하는 문제이며, 이관 기준의 변경은 장기보존기록에 대한 국가의 관리책임과 직결된다. 따라서 이러한 조항들은 충분한 전문적 검토와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특히 국회가 스스로 입법부의 기록관리 독립성을 법률로 보장하면서, 행정부의 기록관리 독립성은 약화시키는 모순된 입법을 해서는 안 된다.

 

 

이에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국회에 요구한다.

 

1. 국회는 공공기록물법 개정안의 처리를 서두르지 말고 국가기록관리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내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2. 국회는 기록관리 업무 독립성 조항을 신설하는 공공기록물법 개정을 추진하라.

 

3. 기록관리 현장과 학계, 전문가단체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논의와 의견수렴 절차를 즉각 마련하라.

 

 
 

2026 9 4

 

기록관리단체협의회

()한국국가기록연구원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기록전문가협회

문화융복합아카이빙연구소

한국 기록과 정보·문화학회

 

기록관리의 독립성을 거스르는 공공기록물법 개정안, 국회는 즉각 재검토하라_26090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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