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1. 4. 17:17ㆍ논평
[기록관리단체협의회 성명서]
기록관리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한 공공기록물법,
재검토되어야 한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 10월 13일 개정되었고, 주요 개정 조항은 2027년 4월 14일부터 시행된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이번 개정이 국가기록관리의 독립성과 전문성, 장기보존기록에 대한 국가의 책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
정부는 2024년 공공기록물법 개정을 추진하였다. 당시 입법예고안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기록관리의 총괄·조정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었고, 기록관리계는 충분한 논의 없이 국가기록관리체계의 근간을 변경하려 한다고 비판하였다. 이후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에서는 일부 내용이 조정되었으나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 뒤 이해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안들을 토대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대안이 마련되어 이번 개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안 논의 당시 기록관리계가 문제를 제기했던 일부 핵심 쟁점이 다시 등장했음에도 기록관리 현장과 학계, 전문가단체와의 충분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가기록관리의 총괄·조정 체계이다. 개정 전에는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장이 국가의 기록물관리를 총괄·조정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개정법 제9조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와 민간기록물 및 국외기록물 관리에 대한 지원 등을 총괄·조정한다고 명시하였다. 중앙기록물관리기관에는 기본 정책, 표준화, 지도·감독과 평가, 전자기록관리, 보존·관리 등의 전문 업무가 여전히 부여되어 있지만, 총괄·조정의 법률상 주체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명시한 것은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정책적 위상과 독립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기록관리는 정부의 행위를 기록하고 책임성을 증명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국회가 「국회기록원법」에서 국회기록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명시한 것처럼, 행정부의 국가기록관리에서도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개정법의 다른 쟁점도 다시 살펴야 한다. 기록관이나 특수기록관 설치 대상이 아닌 일정 기관에 기관장이 지정하는 부서를 ‘준기록관’으로 두도록 하였지만, 전문인력과 전문적인 기록관리 업무 수행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민간기록물과 국외기록물의 정의를 새롭게 규정하면서 국가의 역할과 관리범위, 민간 기록활동의 자율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 특히 제19조는 영구기록물관리기관으로의 이관 기준을 종전의 ‘30년 이상’ 기록물에서 ‘영구’ 기록물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록물로 변경하고 일정 기록에 이관 예외를 두었다. 장기보존기록의 이관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는 단순한 행정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어떤 기록을 장기적으로 책임질 것인지, 그리고 기록관에서 장기보존 대상 기록물을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로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하위 법령의 정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부적인 사항이 아니다. 행정안전부 장관과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권한 관계, 기록관리기관의 전문성, 민간기록관리의 범위, 장기보존기록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공공기록물법이 정해야 할 기본적인 원칙이다. 법률이 개정되었다는 이유로 논의를 끝낼 것이 아니라, 시행에 앞서 이번 개정이 국가기록관리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 국가기록관리의 총괄·조정체계를 재검토하고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이 전문적 판단에 따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그 독립성과 전문성을 법률로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 준기록관 제도와 민간·국외기록물의 정의 및 관리범위,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의 이관 체계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또한 법률의 재검토와 재개정 과정에는 기록관리 현장과 학계, 전문가단체가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개적인 논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공공기록물법은 행정의 편의를 위한 법이 아니라 국가의 기억과 책임을 지키기 위한 법이다. 국가기록원 역시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기록관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의 중요한 기록을 보존하고, 정부의 책임을 증명하며, 우리 사회의 기억과 역사를 미래세대에 전승하는 전문기관이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이를 위한 공공기록물법의 재검토와 재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2026년 11월 4일
기록관리단체협의회
(사)한국국가기록연구원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관리학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한국기록전문가협회
문화융복합아카이빙연구소
한국 기록과 정보·문화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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